5000만 국민의 99%를 하루아침에 개돼지로 만들어 버린 ‘소신’ 치고는 꽤 초라했다. 그가 규정한 개돼지들이 진을 치고 기다렸지만, 기습적인 꼼수 출석으로 잠시 몸싸움도 벌어졌다. 헝클어진 머리, 내려온 안경, 초점 불분명한 시선. 1%를 꿈꾸다가 정말 세상에서 혼자가 되어 있었다.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이야기이다.
고향인 마산에서 요양하다가 올라온 길이라고 했다. 감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어떻게 고향에서 요양을 할 수 있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들었다. 나 전 기획관은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눈물까지 흘려가며 구구절절 해명했지만, 사람들 마음을 바꾸지 못했다. 사과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 1% 중 하나가 ‘여의도’가 아닐까 싶다. 그의 영혼 없는 사과 방식은 한 30대 비례 초선의원을 떠올리게 한다. 청년 대표라며 ‘깜짝 비례7번’으로 발탁된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다. 리베이트 의혹이 터진 이후 김 의원이 보인 태도는 국민 대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검찰 출석 전까지 김 의원이 카메라 앞에서 공식적으로 기자들에게 받은 질문만 103개이다. 김 의원의 답변다운 답변은 단 3번 있었다. 그마저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진실이 밝혀질 것”(6월 9일),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조사가 있다면 성실히 임할 것”(6월 14일) 등 오로지 미리 준비한 결백 주장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그 흔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는 말은 일절 없었다. 다른 말은 필요 없다는 듯 곧장 고개를 돌려 홀연히 사라지기를 며칠 반복했다.
그 사이 김 의원을 ‘청년 대표’라 믿었던 안철수 전 대표의 대국민 사과도 3번 있었다. 3번의 사과도 모자라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무명의 초선 비례의원을 비호하려던 다른 의원은 ‘검찰 망신론’을 들먹였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그 와중에도 김 의원은 시종일관 대중의 비판에 귀를 닫았다. 전형적인 ‘무시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보좌진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국회를 활보하고 다녔다.
“강펀치를 얼마나 날리느냐가 아니라 펀치를 맞고도 얼마나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정치인은 맷집 좋은 복서 정신이 생명이라며 안 전 대표가 늘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영입한 김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낙제이다. 링에는 올라왔지만 “맞는 건 싫다”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진솔한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성난 민심 앞에 책임 유무를 떠나 먼저 용서를 구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첫 번째 순서이다. 순서를 무시하면 꼬인 매듭은 풀리지 않는다. 법적 책임을 떠나 김 의원이 계속해서 용서를 구할 줄 모르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남은 임기를 채울 건 국민의 외면뿐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사과 한번 할 줄 모르는 초선 정치인에게 이런 기본 소양까지 일일이 가르쳐야 할 만큼 국회는 한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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