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경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맡고 있을 때의 일이다. 몇몇 청와대 직원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검진센터에서 줄을 서 있는데, 조 비서관이 들어간 위내시경 검진실에서 고성과 폭언이 문틈으로 새 나왔다.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무슨 싸움이 났는지 어리둥절해하기도 했다. 센터 관계자는 이유를 묻는 사람에게 “수면 내시경을 하면 술에 취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데, 간혹 술버릇이 나오기도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뒤에 서 있던 청와대 직원들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알려지면 좋을 게 없으니 말조심하자”고 쉬쉬했다는 후문이다.
‘우병우 논란’이 계속되면 될수록 ‘조응천’이라는 이름이 부각되고 있다. 조 의원에 대한 이런 정보까지 3년 만에 활용될 정도로 조 의원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은 곱지 않다.
여권은 조 의원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서울 강남 땅 의혹’의 진원지로 보인다고 추정한다. 우 수석 처가 땅이 넥슨에 넘어갔다는 사실은 네 사람 정도가 상세하게 알고 있는데, 이 정보를 3년 만에 활용할 사람은 조 의원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 수석은 검사장 승진을 위한 인사 검증을 2012년 MB(이명박) 정부 때와 이듬해 박근혜 정부 때 각각 한 차례씩 받았다. MB 때는 정진영 민정수석-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현 정부에선 곽상도 민정수석-조응천 비서관이 우 수석의 재산 자료를 열어 봤다. 물론 상세 검증은 수석보다는 비서관 몫이다. ‘진경준-넥슨’ 사건이 불거지니 조 의원이 ‘우병우-넥슨’을 떠올려 ‘우병우-진경준-넥슨’ 구도를 가공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 의원과 대학, 사법연수원 동기에다 하숙까지 같이 하며 살았던 ‘절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무작정 수사 의뢰 및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이 불거졌다. ‘조응천-이석수 커넥션’의 탄생이다.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의 음주운전 사고를 별문제 삼지 않고 “털 게 없다”던 야당은 특별감찰관 논란이 터지자 “임명 불가”로 돌변했다. 모든 건 조응천으로 통한다니 야당 배지를 달고 있는 그에 대한 여권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강남 땅 의혹이든 이석수 커넥션이든, 정보의 유통 경로를 찾는 것은 거의 입증 불능이라 손쓸 도리는 없다.
‘배신의 정치’를 싫어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독 등을 돌린 이가 많은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을사 5적에 빗대 요직을 해 먹고 대통령을 배신한 인물이라는 ‘5적’(조 의원, K의원, J 의원, Y 의원, Y 전 장관)까지 나온다. 배신자가 많아질수록 내부의 정보는 적에게 넘어가고, 정권에 타격을 주는 일이 많아진다. 배신자를 끊어 내고 내칠수록 자기 목을 조르는 일들이 많아지는 셈이다.
국가나 시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신뢰성과 신속성뿐 아니라 의도의 진실성이 있다. 그러나 여든 야든 누군가는 계속 이것이 결여된 정보를 마구 생산하고 있다. 실체 없는 강남 땅 이야기에다 수면 내시경 정보까지 알기를 강요받는 나라. 제대로 된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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