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사가 다소 거칠었지만 진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부문 최고위원 선거에서 ‘장렬히’ 낙선한 이동학 후보와 얼마 전 중국음식점에서 만났다. 당 혁신위원 등을 맡으며 언론에 몇 번 회자된 인물이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낯선 청년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가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당선된 ‘이동학 최고위원’보다는 ‘청년 이동학’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8월 너무 덥지 않았습니까? 오늘 지도부가 선출돼 가장 먼저 할 일은 여름에 전당대회를 못 하게 해야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우리 모두입니다.”
당락 결정을 코앞에 둔 살얼음판. 전당대회 연단에 선 이동학의 일성이었다. ‘정권교체’ ‘대선승리’ 등 후보자들의 투사 같은 용어가 휩쓸고 지나간 현장. 1만여 명이 밀집한 그 공간에 처음으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류’ ‘비주류’ 등 오만 가지 ‘딱지’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돼 지지자들을 갈라놓은 자리에서 모두가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로 ‘전쟁’이 아닌 ‘축제’로서의 정치를 새삼 떠올리게 했다. 빠듯한 연설시간을 온통 자신이 적임자라는 말의 성찬으로 채운 기성 정치인의 어떤 연설보다 대중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그의 언어에서 유려함이 느껴졌다.
그는 올해만 2번째 낙선이었다. 4·13총선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지만 당내 예비경선에서 낙선했다. 선거도 결국 돈이 드는 일이다 보니 그는 이번 청년부문 최고위원직에 출마하며 기탁금 문제 등으로 빚이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치인지 물었다. 창당대회 아르바이트생부터 시작한 정치이지만 13년이 지났으면 생계를 고민하게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정치는 ‘나눔’이란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학비며 생계비 등을 나라로부터 지원받았지만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자신을 키운 셈이고 이에 보답하는 것이 정치라는 설명이었다. “몸이 불편하고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최상의 나눔이 정치”라고도 했다.
짬뽕을 참 좋아한다는 그의 젓가락이 정작 탕수육을 벗어날 줄 모를 땐 체면치레와 형식을 따지는 일반 정치인과는 달라 보였다. 아마 낙선한 이동학을 만나고 싶었던 건 그에게서 어떤 불쏘시개 같은 ‘상징성’을 보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비인기종목 스포츠 선수의 묵묵한 노력이 빛을 봤으면 하는, 개천에서 아직도 용이 나길 기대하는, 우직한 외길 인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희망 말이다.
“13년 전 창당대회장에서 의자를 나르던 청년이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가진 국회의원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이 자체가 혁신이다. 청년들이 맘껏 도전할 수 있는 세상, 우리가 만들자!”
연단에서 외쳤던 이 발언처럼, 그가 좀더 나은 청년의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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