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재영]‘떡방’ 꼬리표 떼야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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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집 사야 돼? 집값 오를 데 하나 찍어봐.”

김재영 경제부 기자
김재영 경제부 기자
 기자가 경제부에서 건설·부동산 분야 취재를 담당한 이후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처럼 듣는 말이다.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공무원들도 비슷한 질문에 시달린다. 김경환 국토부 1차관은 “경제학 교수 시절 부동산 분야는 주변에서 제대로 된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부동산은 투자 상품으로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국토부가 추진하는 국가경제 발전에 꼭 필요한 인프라 투자도 무시받기 일쑤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이달 초 열린 ‘2016 동아부동산정책포럼’에서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인프라를 국가와 경제의 ‘중추(backbone)’로 보는데 한국은 삽질경제, 토건경제,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손가락질한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해운대 엘시티’ 개발 비리 혐의로 13일 구속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 사례에서 보듯 부동산 개발사들엔 로비나 비리 등과 같은 불법 의혹이 늘 따라다녔다. 청약 현장에선 한탕을 노린 다운계약서나 불법전매, ‘떴다방’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가격에 비해 전문성과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은 중개업은 ‘복덕방’, 심지어 ‘떡방’으로까지 폄하된다. 변호사들이 ‘믿을 수 있는 법률자문’을 내세워 중개업에 기웃거리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부동산 산업이 영세성, 비전문성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밀한 개발계획, 투자, 관리, 금융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문이다. 주거의 질이 중요한 ‘월세시대’를 맞아 주택임대 및 관리업, 중개업 등의 서비스도 개선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정부가 올해 초 ‘부동산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11월 11일을 ‘부동산 산업의 날’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소비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형 부동산 종합서비스 인증제’를 도입했다. 부동산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도 완화하고,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계약과 거래대금 예치서비스(에스크로)도 도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을 추가 제정하고,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에서 부동산 산업을 독립분야로 분류하는 방안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부동산 산업은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분야다.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할 만큼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정보통신기술(ICT), 금융, 물류, 공간정보 등과의 융·복합을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부동산 산업의 날’ 제정을 계기로 부동산 산업이 ‘떡방’이나 ‘투기’의 부정적인 꼬리표를 떼어 내고 환골탈태하길 기대한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집값#떡방#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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