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한국형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엑소브레인’과 인간의 퀴즈 대결은 AI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인문, 사회, 예술,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묻는 객관식과 주관식 퀴즈 대결에서 엑소브레인은 510점을 얻어 2등과 160점 차로 이겼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인 인간 고수들과의 대결에서 3월 ‘알파고’에 이어 ‘엑소브레인’까지 AI가 번번이 이기자 인간의 자리를 AI가 대체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미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로봇이 인간을 제압한 뒤 지배하는 이야기들이 자주 소개됐다. 2004년 개봉된 영화 ‘아이, 로봇(I, Robot)’에서는 인간을 위해 요리를 하고 아기도 돌봐 주던 로봇이 돌변해 인간을 공격한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19세기 산업혁명 때 인간의 신체 능력이 기계에 의해 대체당한 것처럼 21세기에는 AI혁명으로 많은 인간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보다 뛰어난 인지능력을 갖춘 AI의 출현으로 상당수 인간들이 경제적으로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AI가 일자리를 빼앗기보다는 AI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페드로 도밍고스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AI는 단순한 일을 하고 인간은 보다 창조적인 역할을 하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말을 타고 더 빨리 갈 노력을 해야지 말과 경주할 생각을 하면 인류의 진보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의 저자인 제프 콜빈 ‘포천’ 편집장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인간의 노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기술이 인간을 위해 아무리 많은 걸 해주더라도 인간은 항상 더 많이 원하기 때문에 어떤 종류가 되었든 할 일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주목받는 현 시점에 인간이 AI보다 더 잘하려고 애쓰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능력 함양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AI가 대중화될 시기에 인간에게 가장 유리해질 분야는 공감, 창조성, 사회적 민감성, 스토리텔링, 유머, 인간관계 형성 같은 ‘인간성’에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내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 존재를 위협하는 부정적이라는 인식과 인간의 삶을 누구보다 편하고 풍요롭게 해줄 축복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혼재된 게 사실이다.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버리고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인간과 AI의 공존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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