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시즌 프로농구 순위 싸움이 한창이다. 경기마다 화젯거리가 나오지만 최근 동부 김주성의 활약상은 단연 관심을 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주말 정규리그 1라운드(총 6라운드) ‘PER’(Player Efficiency Rating·선수 생산성 지수) 기록을 발표했다. 김주성은 국내 선수 1위였다. 이번 시즌 전체 선수 평균 나이는 약 27세. 농구선수로는 환갑인 37세로 1위를 한 건 이례적이다.
2002∼2003시즌부터 15년째 뛰고 있는 김주성은 중앙대 시절부터 한국 농구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데뷔하자마자 신인왕에 뽑혔고 2003∼2004시즌, 2007∼2008시즌에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김주성은 205cm의 큰 키를 앞세워 골밑에서 주로 활약하던 선수다. 상대의 슛을 원천봉쇄하는 ‘블록’ 부문은 지난 시즌 역대 최초로 1000개를 돌파했다. 김주성 외에는 통산 500블록조차 달성한 선수가 없다. 정규리그 리바운드는 통산 2위, 득점은 통산 3위다. 요즘처럼 하면 득점은 조만간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플레이오프 통산 득점은 이미 1위다.
대단한 선수지만 3점슛 기록은 보잘것없었다. 골밑 플레이를 주로 하니 쏠 기회도, 쏴야 할 필요성도 없어서였다. 데뷔 후 다섯 시즌 동안 성공시킨 3점슛이 딱 하나였던 김주성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 것은 2014∼2015시즌부터다. 처음으로 3점슛 성공 개수가 두 자릿수(12개)를 넘기더니 지난 시즌에는 32개를 넣었다. 이번 시즌에는 전체 54경기 가운데 13경기(24%) 만에 벌써 30개를 채웠다. 28일까지 누적 개수는 전체 3위, 성공률(54.5%)은 유일하게 50%를 넘어 전체 1위다. 2014∼2015시즌 성공률이 30%가 간신히 넘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그 나이에 믿기 어려운 발전이다.
김주성이 골밑 플레이어에서 3점 슈터로 변신한 것은 생존을 위해서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출전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계속 경기에 나가기 위해 슛 거리를 늘리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동부 관계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매일 3점슛을 100개 이상 던지며 독하게 훈련했다”고 전했다. 골프의 타이거 우즈는 2년 전 복귀를 앞두고 “젊을 때처럼 비거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점프에서 젊은 선수들을 압도하지 못하게 되자 뒤로 물러나며 공을 던지는 페이드 어웨이 슛을 연마했던 마이클 조던처럼 내 나이에 걸맞은 스윙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의 ‘농구 황제’ 조던도, 한국의 ‘농구 달인’ 김주성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을 바꾼 덕분에 선수 수명을 늘렸다. 흐르는 세월과 바뀌는 상황에 자신을 맞춰야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젊어 보이려 애를 써봤자 프로에게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다. 흐름에 순응 않고 맞서면 남은 수명을 단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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