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C++ 언어로 직접 코딩한 스도쿠 퍼즐 해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 및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리 총리는 2014년 11월 싱가포르의 새 비전으로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을 발표했다. 스마트 네이션은 센서, 네트워크 등을 활용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스마트 네이션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자신의 두 딸에게 코딩을 배우라고 권유할 정도로 소프트웨어(SW) 교육에 관심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1월 “모든 초중고교생에게 SW를 가르치는 ‘모두를 위한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 for All)’ 사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연령과 직업에 상관없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코딩을 배우자는 ‘아워 오브 코드(hour of code)’ 캠페인도 독려했다.
현재 전 세계는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제4차 산업혁명 준비로 바쁘다. 주요 국가와 기업들은 모든 사람과 사물을 이어 주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바꿔 나갈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싱가포르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앞다퉈 학생들의 코딩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기술 혁명이 가져올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첨단 기술들은 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된다. 코딩은 알고리즘 명령어(코드)를 컴퓨터에 입력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이다. 코딩을 배우는 것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많은 전문가는 앞으로 국가와 기업, 개인의 미래는 곧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률 1위를 자랑하는 한국은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도 4차 산업혁명 준비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스위스계 UBS은행이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적응 평가에서 한국은 139개국 중 25위였다. 미국(4위), 일본(12위), 독일(13위)은 물론 대만(16위),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보다 낮은 순위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제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10년째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머물러 있는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은 저성장 국면을 전환시킬 중요한 기회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10월 한국을 방문해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변화의 시대에 기회를 잘 포착해 도약할지, 적응하지 못해 낙오자가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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