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뽑은 대(對)이스라엘 정책 라인의 성향과 경력을 한 마디로 얘기하면 이렇다. ‘중동의 화약고’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격화된다면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이-팔 분쟁 중재자로서 적격성이 의심될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공직 경험도 없는 사람들로 꾸렸다. 다음 달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엔 잠잠했던 이-팔 분쟁에 다시 불이 붙고 중동 정세가 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로 내정된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이스라엘 극우파보다 더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는 얘기를 듣는 정통 유대교인이다. 파산전문 변호사 출신인 프리드먼은 이-팔 공존을 지향하는 ‘두 국가 해법’을 노골적으로 반대해 왔다. 예루살렘에서 자신의 성인식을 치렀고 예루살렘에 집도 가지고 있을 만큼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스라엘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는 진보 성향 유대인들을 제2차 세계대전 시절 나치에 부역한 유대인들로 비유해 물의를 빚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지근거리에서 이스라엘 관련 정책을 조언할 이스라엘 담당 보좌관으로는 정통 유대교인이며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제이슨 그린블랫이 유력하다. 그린블랫은 19년간 트럼프와 함께 일한 최측근이다. 프리드먼만큼 극단적 성향은 아니지만 그 역시 공식석상에서도 종종 유대교 전통모자인 ‘키파’를 쓸 만큼 유대인 정체성을 강조한다. 대학도 유대인들이 설립한 명문 예시바대를 나왔다. 또 ‘요르단 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 같은 이스라엘 강경파의 정책을 지지한다.
트럼프 1기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미국에서 대통령이 격의 없이 조언을 듣고 의지하는 비공식 자문위원들)’ 일원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친(親)이스라엘 강경파다. 그는 뉴욕시장 재임 중 야세르 아라파트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테러리스트라 불러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의 ‘문고리 권력’으로 인식되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 역시 유대인으로 정통 유대교를 강조하는 집안에서 자랐다. 이스라엘에 유리한 정책 결정을 지지할 것이란 뒷말이 적지 않다.
중동 문제 전문가인 에런 밀러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위원은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를 통해 “외교나 행정업무 경험이 없는 파산전문 변호사(프리드먼)를 주이스라엘 대사로 내정한 것은 이례적이며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급격한 정책 변화가 있을 것임을 내비친 말이다.
중동은 석유와 지정학적 특성, 오랜 종교와 민족 갈등 때문에 여러 차례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지역이다. 트럼프의 이스라엘 정책 라인 인사를 볼 때 중동 정세는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막을 올리면 지구촌 리더들은 중동과 관련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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