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자신이 담당하는 출입처를 객관적으로 보고 기사를 써야 한다. 그러나 사람 일이란 게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공무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흠이 커 보였던 정책에도 “그런 속사정이 있었군” 하며 이해심이 커진다. 취재원이 다른 부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기자가 인간적으로 출입처 논리에 끌려 다니면서 사안을 중립적, 객관적으로 못 볼 것을 우려해 언론사는 주기적으로 출입처를 바꾸는지도 모른다.
정부가 영유아 보육 지원 및 누리과정을 확대하던 2011∼2013년 필자는 중앙정부 부처를 출입했다. 당시 서울시와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대통령 의지를 받들어 전광석화처럼 정책을 추진하는 중앙정부에 반발했다. 재정 부담 때문이었다. 중앙정부가 복지정책을 확대하면 들어가는 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일정 비율로 나눠서 내야 한다. 비용의 50%, 또는 그 이상을 내야 할 때도 있다. 당시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결정된 국가 정책을 따라오지 않고 불만만 제기한다”며 공공연히 지자체들을 비난했다.
지난해부터 출입처가 서울시와 산하 자치구로 바뀌었다. 이제는 지자체의 ‘설움’과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행정자치부 퇴직 공무원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연구원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중앙부처가 불필요한 컨설팅을 받도록 지자체를 강요하고 있다거나, 그런 얘기들이다. 중앙정부 공무원을 위한 자리 유지 비용은 고스란히 지자체 몫이라는 것이다. 합당하지 않은 정책이지만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교부금 때문에 억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근거 없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억울한 사정을 기사로 쓰면 어떻겠느냐”고 물으면 “우리가 얘기했다고 하면 큰일 난다”며 손사래 치는 지자체 공무원을 보면 씁쓸할 뿐이다.
1995년 민선 지방선거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지방분권은 22세가 됐다. 그러나 지방분권 ‘성인’이 됐다고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모두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재정과 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은 22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광역단체의 도백(道伯)들은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미대선’에 출사표를 낸 지자체장이 적지 않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대선 출마를 접은 박원순 서울시장도 있다. 이들의 공약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것은 지방분권 강화다.
중앙정부를 출입할 때 대권을 꿈꾸는 지자체장들을 ‘시골 사또’라고 부르는 공무원들이 있었다. ‘지방 원님 주제에 무슨 대권이냐’는 조소가 섞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대선 주자가 되려면 행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광역단체장을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들 광역단체장이 얼마나 선전할지 모르지만 50일도 남지 않은 대선 이후 사람들은 지방분권이란 말을 곱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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