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5, 26일 열린 ‘해외 유학·어학연수 박람회’에는 모처럼 귀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테크니온, 텔아비브대, 히브리대, 하이파대 등 이스라엘 최고 명문 국립대학들이 처음으로, 그것도 단체로 참가한 것이다. 올해로 25년째 열린 이 행사의 단골은 영미권과 중국권 대학들이었다. 참가 대학들이 주로 소개하는 내용도 취업, 자격증, 어학 관련 프로그램이다. 그러다 보니 수준 높은 연구와 엘리트 양성을 지향하는 명문대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스라엘 명문대들의 단체 방문 목적은 아시아권 인재 확보였다. 최근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혁신의 속도와 강도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대학들은 아시아권 인재 유치를 통해 새로운 혁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텔아비브대 다나 마타스아플레로트 아시아 담당 매니저는 “이스라엘 교육의 핵심 경쟁력은 다양성인데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혁신이 이뤄지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반성한 이스라엘 대학들이 아시아권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연세대, 한양대와 교류 중인 텔아비브대는 고려대, 이화여대 등과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창업과 과학기술 연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어 ‘중동의 MIT’로 불리는 테크니온도 그동안 미주와 유럽 위주로 해외 인재를 유치했던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테크니온은 한국 중국 인도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 6개 나라를 핵심 인재 유치 대상 국가로 선정했다. 이 학교는 올 8월 중국 산터우(汕頭)대와 함께 광둥(廣東) 성 산터우에 아시아 캠퍼스를 연다.
히브리대는 한국 학생 유치뿐 아니라 대학의 교육 방식에도 관심이 많다. 히브리대 제인 터너 국제처장은 “한국 대학들이 이스라엘의 토론을 강조하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우리는 한국 등 아시아 나라들의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육 방식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학은 국내 대표적인 교육중심대학인 한동대와의 교류에 관심이 많다.
이스라엘 대학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한국 대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대학들도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시아, 정확히는 ‘한류’ 영향을 받은 중국과 동남아 일부 국가 인재에 한정돼 있다. 질적인 발전보다는 단순 국제화 지표 높이기를 위한 ‘보여주기식’ 인재 유치였다는 비판도 많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지역의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해당 지역의 검증된 교육기관과의 교류와 장점 도입까지 추진하는 이스라엘 대학의 모습은 한국 대학가가 벤치마킹해야 할 또 다른 ‘이스라엘 교육의 장점’이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라! 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말고 질문을 던져라! 오늘의 이스라엘을 만든 ‘후츠파’ 정신은 인재 영입에도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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