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의 뉴스룸]테러까지 예측하는 네덜란드 통계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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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네덜란드 통계청은 지난달 31일 ‘사회적 긴장 지표(Social Tension Indicator)’를 전격 공개했다. 2010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소셜미디어에 드러난 네덜란드인의 불안, 걱정 심리를 빅데이터(대용량 정보 분석)로 분석해 간단한 지표로 만들었다. 사회적 긴장 지표는 2015년 11월 13일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했을 때 극에 달했다.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이어지자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 결과 거대한 ‘통계의 힘’을 빌려 실시간 사회적 긴장 지표를 만들고 테러에 적극 대처하기로 한 것이다.

근대 통계학은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인구통계학자로 꼽히는 존 그랜트(1620∼1674)는 런던 시민의 사망률을 조사해 당시 창궐했던 페스트의 양상을 분석했다. 네덜란드의 통계도 출생, 사망 조사에서 출발했다. 1895년 인구 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됐고 19세기 말 통계 수요가 크게 늘자 1899년 1월 아예 통계청을 세웠다. 당시 여러 부처에서 제각기 통계를 생산했는데,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인구,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

네덜란드 통계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했다. 먼저 통계의 표준화를 추구했다. 컴퓨터가 대량으로 보급된 뒤에는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만들었다. 통계 생산 및 유통의 효율화도 부단하게 노력했다. 2010년대 빅데이터가 큰 주목을 받자 효율성을 간파하고 적극 수용했다. 별도 조직까지 만들었고 통계 수집 방식 자체를 크게 바꿨다. 과거 물가상승률을 조사할 때는 조사원들이 직접 가게를 찾아 샘플 제품의 가격을 일일이 기록하고 가격의 평균을 낸 뒤 물가상승률을 산출했다.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었지만 빅데이터를 도입한 뒤에는 매장 계산대에서 거래정보(바코드)를 얻어 물가상승률 산출에 활용한다.

생산하는 통계 종류도 국민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것으로 대폭 바꿨다. 집값은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할 때 더 비싼 값에 팔린다거나 동네 식당, 술집, 스낵바의 매출까지 분기별로 책정해 자료를 내고 있다. 보급에도 적극적이다. 일반 언론사와 유사한 대형 뉴스룸을 운영하며 자체 홈페이지에 통계, 동영상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체 예산의 5∼7%는 연구비로 책정한다. 네덜란드 통계청은 인터넷 검색서비스 구글과 뉴스전문 채널인 CNN을 합친 형태의 디지털 정보 서비스 기관을 지향한다.

한국의 공공 통계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세부 항목에 따른 구체적인 통계가 부족할 때도 많다.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공공기관에서만 필요한 ‘관급’ 통계도 많다. 민간에서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통계도 넘쳐난다. IT 시장분석기관 IDC는 올해 전 세계 빅데이터 및 분석 시장이 1500억 달러(약 171조 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에서 수집한 양질의 통계를 토대로 민간에서 부가가치를 올려 다양한 통계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정보는 공유하고 새롭게 가공할 때 그 가치가 더 커진다.

이유종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pen@donga.com
#네덜란드 통계청#빅데이터#존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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