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취업 면에서 참 지독히 운 없는 이들이다. 계속된 경기 부진에 청년 구직난이 사상 최악인 데다 ‘최순실 게이트’마저 겹치면서 기업 채용이 줄줄이 쪼그라들었다. 대기업 취업에서 가장 큰 물줄기였던 삼성의 그룹 공채마저 이번을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들이 학교를 나와 맞는 첫 봄은 춥기만 하다. 시대의 무게를 죄 없는 청춘들만 짊어지고 가는 느낌이다.
2월 대졸자들은 대체 얼마나 취업한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주요 대학에 내부 자료 제출을 요구했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A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대를 비롯한 이른바 명문대들과 적잖은 ‘기 싸움’을 벌였다고 했다. 대학들이 난색을 표하며 좀처럼 자료를 내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매년 졸업 시즌 졸업 대상자들의 취업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한다. 비록 응답률이 100%까지 가진 않지만, 학생들이 ‘졸업 시점’에 얼마나 취업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라는 점에서 꽤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응답률이 너무 낮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끝내 제대로 된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가 관계자는 “사실 졸업 시점의 취업률은 어떤 대학도 절대 내놓기 싫은 자료”라며 “취업 설문은 보통 취업을 한 학생들만 적극적으로 응하기 때문에 응답률이 낮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취업 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의 대학별 졸업생 취업률 공식 자료는 학생들이 졸업한 뒤 한참이 지나야 발표된다. 2017년 2월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2018년 12월에나 발표되는 식이다. ‘2년 묵힌 통계’다. 대학 취업률 집계를 총괄하는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원래 졸업한 해 6월에 조사해 8월에 발표했는데 학생들의 취업난이 계속되고 취업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조사 시점이 너무 빠르다는 대학들 반발이 심해 조사와 발표 시점이 모두 늦춰졌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통계 조사 방식까지 바꾼 셈이다. 대학들 처지에서는 졸업 후 취업률 발표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을 벌어 취업자 수를 한 명이라도 늘릴 수 있게 됐지만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졸업 시점에서의 취업 여부’는 더욱 알아보기 힘들게 됐다.
아쉬우나마 이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서울대 졸업생 현황을 보면 졸업자 3375명 가운데 1301명(38.5%)이 취업을 했고, 1119명(33.2%)이 대학원에 갔으며, 868명(25.7%)이 ‘기타 졸업생’이 된 것으로 나온다. 개발원 측에 “대체 ‘기타 졸업생’이 뭐냐”고 묻자 “미취업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대 졸업생 4명 중 1명이 통계상 ‘청년 백수’인 것이다. 다른 명문대도 비슷했다. 지난해 연세대는 전체 졸업생의 30.2%, 고려대는 24.5%가 ‘기타 졸업생’이었다.
물론 개중엔 소득은 없지만 취업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해외 유학이나 고시 준비 등 뜻한 바 있어 일부러 미취업을 선택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취업까지의 공백 메우기 방편으로 대학원에 가는 학생 또한 적지 않다는 점에서 지난 한 해에만 3000명에 이르는 이른바 ‘SKY’의 대학원 진학자 수, 그리고 3300명에 달하는 ‘기타 졸업생’ 수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의 미래는 어디에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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