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는 프로배구 남자부 LIG손해보험과 상무신협의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체육관의 불은 켜지지 않았다. 일찌감치 경기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1일 단장 간담회에서 승부 조작에 현역 선수들이 상당수 연루됐다는 이유로 상무의 남은 경기를 모두 부전패 처리하기로 했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7시가 넘자 KOVO는 LIG손해보험이 세트 스코어 3-0(각 세트 25-0)으로 이기고, 승점 3을 얻은 것으로 경기 결과를 홈페이지 올렸다. 전날까지 3승 23패(승점 10)였던 상무는 3승 33패로 이번 시즌을 마친 뒤 프로배구를 떠난다. 2005년 프로 출범 때부터 아마추어 초청 팀으로 참가한 뒤 8시즌 만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상무는 “상대 프로 팀이 우리와 경기할 때 외국인 선수 출전을 제한하지 않으면 리그에 불참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배구단을 해체할 수도 있다고 연맹을 압박했다. 상무의 리그 불참은 현실이 됐다. 다만 자발적으로 떠난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으로 쫓겨났다.
상무의 V리그 제외에 대해 프로 팀 관계자들은 “떠날 시기를 놓친 게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9∼2010시즌을 앞두고 신생 팀 우리캐피탈(현 드림식스)이 창단하면서 프로 팀이 6개로 늘었을 때 명예롭게 ‘퇴역’했어야 좋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승부 조작 연루 경기가 2009∼2010시즌 이후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 안타까운 부분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상무 선수가 승부 조작에 연루된 것이 확인된 뒤 배구단 해체까지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배구단이 아예 없어진다면 이는 한국 배구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그동안 입대를 앞둔 많은 선수는 상무가 있기에 2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도 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상무가 없어지면 병역 비리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상무가 운영하고 있는 25개 종목 가운데는 야구와 농구도 있다. 야구는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농구는 아마추어 팀으로 뛰고 있다. 농구는 지난해까지 농구대잔치 4연패를 달성한 최강팀이며, 야구 역시 경찰청과 함께 퓨처스리그의 영원한 우승 후보다. 최근 상무를 제대한 프로농구 모비스의 함지훈에 대해서는 “상무에 있는 동안 실력이 부쩍 늘었다. 진작 보낼 걸 그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프로에서는 불명예 전역한 상무 배구단이 아마추어로 돌아가 명예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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