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프로농구 KT의 프런트들은 첩보영화 속 주인공과도 같이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전 입국한 일시 대체 용병 레지 오코사(나이지리아)를 당일 오후 곧바로 경기에 투입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먼저 오전 6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오코사를 맞이한 뒤 오전 8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병원 두 곳에 들렀다. 취업비자 신청을 위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및 마약 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 지하철역에서 오코사의 즉석 증명사진도 찍었다. 숨 가쁘게 움직인 끝에 정오경 오코사를 선수단 숙소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 합류시켰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선수 변동 사항을 알리는 한국농구연맹(KBL)의 공시 마감은 오후 5시. 그 전까지 모든 행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했다.
직원들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 센터에서 비자 추천서를 받아 서울 양천구 목동 출입국사무소로 달려갔다. 급히 KBL 센터로 되돌아와 마지막 행정 절차를 마친 시각은 마감 시간인 오후 5시를 10분가량 남긴 때였다. 경기 장소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 도착해 이날의 첫 식사로 햄버거를 먹으면서 KT 관계자는 말했다. “다행입니다….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한 기분입니다.” 당시 KT는 정규시즌 3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미 확정한 상황. 오코사는 찰스 로드의 부상 공백을 메울 2주짜리 대체 용병이다. 한 경기 정도는 용병 없이 경기를 하다 패하더라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KT 전창진 감독은 ‘한결 같음’을 강조했다. 전 감독은 “플레이오프 결과가 나왔다고 대충 하면 되겠느냐. 시즌 막판이라고 게임 초반부터 주전들을 빼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다른 팀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시종여일(始終如一)을 강조하는 KT의 자세는 긴장감을 상실한 요즘 농구 판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플레이오프 6강 진출 팀들은 정규시즌 막바지 경기들에서 주전 선수들을 1쿼터부터 빼는 경우가 허다하다. 6강 상대를 고르기 위한 ‘노골적인 져주기’가 의심되는 경기도 있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지친 선수를 쉬게 하며 전력을 재정비하려는 의도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타 종목 승부조작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기를 보는 팬들의 마음은 유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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