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최근 정신적으로 아주 바쁜 시간을 보냈다. 17일 열린 이사회 안건에 특정인을 사무차장으로 앉히는 항목을 넣을지 말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달 6일 열린 올 1차 이사회에서 사무차장 신설 건을 통과시킨 뒤 협회 안팎에서 외부 인사를 사무차장으로 영입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협회 실무자가 15일까지 준비하던 이사회 문서에는 사무차장 영입이 안건으로 잡혀 있었으나 막상 당일 문서에서는 빠졌고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어찌된 일일까.
이번에 영입 대상이 된 인물은 김주성 사무총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이 부산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 선수 시절 상사였던 인물로 모양새부터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무차장이면 협회 내부 업무를 잘 알아야 하는데 프로 구단에서만 일을 해 ‘내부 인사가 기용되는 것보다 못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일 배우고 적응하는 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조 회장의 임기인 내년 초가 지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무엇보다 김 총장이 추천했다는 데 협회 내부의 불만이 컸다. 협회 직원들은 김 총장이 ‘아시아의 삼손’으로 불리는 등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것은 인정하지만 2000년대 중반 갑자기 국제국 부장으로 들어와 국장을 거쳐 사무총장까지 초고속 승진의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식으로 입사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 총장이 다시 ‘낙하산’을 데려온다고 하자 불만이 극에 달한 것이다.
그동안 조 회장의 독선적인 일처리에 축구계 인사들은 불만이 많았다. 지난해 말 조광래 대표팀 감독에 대한 마녀 사냥식 경질과 비리 직원에게 격려금까지 주는 등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하면서도 “내 잘못은 없다”는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이번 이사회에서 사무차장 영입 건을 뺀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주위 권유를 받아들인 것이라 주목받고 있다. 이번 결정이 협회 안팎의 반발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려는 ‘꼼수’가 아니라 그동안의 독선을 탈피해 축구계의 화합으로 가는 과정이길 바란다. ‘축구는 축구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협회 직원들의 주장도 늘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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