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외국인이라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까다로운 심사를 했다. 에닝요는 한국말을 잘 못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도가 떨어졌다. 월드컵 대표용이란 인상을 줬다.”
축구국가대표팀 발탁을 전제로 대한축구협회의 브라질 출신 에닝요(전북)에 대한 특별귀화 추천 심사 요청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대한체육회 최종준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최 총장은 “재심을 신청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프로농구 한국계 미국인 문태종이 특별귀화 할 땐 어땠을까.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면을 제외하고 문태종은 사실상 완전한 외국인이었다. 한국말도 기본적인 인사말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체육회는 특별귀화 추천을 했고 법무부는 그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했다. 당시 문태종의 나이는 36세였다. 문태종은 그해 9월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지금은 대표가 아니다. 아직도 한국말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 문태종의 귀화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한국이 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가는 가운데 한국계 혼혈 외국인과 순수 외국인을 굳이 구별해서 얻는 이득이 뭘까 궁금하다.
체육회는 에닝요의 부적격 사유에 대해 축구협회에 보낸 공문에서 ‘복수국적 취득제도(특별귀화)의 근본 취지를 고려할 때 순수 외국인에 대한 추천의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에닝요의 특별귀화 허용이 남기는 선례의 파급효과를 고민한 면이 보인다. 향후 외국인들이 너도 나도 특별귀화를 요청할 경우 혼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일본에는 ‘월드컵 때면 인구가 하나씩 늘어난다’는 말이 있다. 월드컵 때마다 귀화한 브라질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하면서 나오는 다소 자조 섞인 말이다. 하지만 라모스와 로페스(1998년 프랑스 월드컵), 산토스(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등이 귀화해 일본대표팀이 됐을 때 저항감은 거의 없었다. 나카고지 도루 일본 아사히신문 운동부 차장은 “일본은 축구에 관한 한 후진국이라는 인식을 가졌다. 우수한 브라질 선수가 귀화해주면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또 귀화 선수들이 일본 축구 발전에 공헌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문태종은 한국 농구의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특별귀화를 허용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축구협회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에닝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에닝요의 귀화.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가가 특별귀화 제도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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