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일곱 난쟁이.’ 프로야구 시즌 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난해 챔피언 삼성의 독주를 예상했다. 2연패를 점친 전문가도 많았다. 삼성의 대항마로는 KIA를 꼽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삼성과 KIA는 6, 7위에 머물러 있다.
반면 꼴찌 후보 LG는 3위다. LG와 탈꼴찌를 다툴 것으로 보인 넥센은 선두 SK에 1경기 뒤진 2위다. 지난해에도 전문가들이 우승 후보로 꼽았던 두산은 포스트시즌에도 못 나갔다. 삼성은 4강 턱걸이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2년 연속 틀린 건 왜일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성적을 비롯한 기본 전력을 바탕으로 시즌을 예상한다. 그것도 각 팀의 베스트 전력을 상정한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로또’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할진 누구도 모른다. 부상이란 돌발 악재도 존재한다. 기존 선수도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
삼성이 올해 최강으로 꼽힌 이유는 지난해가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선발은 잘 굴러갔고, 불펜은 철벽이었으며, 홈런왕 최형우가 버틴 타선은 짜임새가 있었다. 여기에 8년간 일본에서 활약했던 ‘국민타자’ 이승엽까지 가세했으니 당연히 ‘A학점’이 쏟아졌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 보면 지난해 삼성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을 120% 발휘했다고 봐야 한다. 마무리 오승환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오승환은 1승 47세이브에 평균자책 0.63의 성적을 올렸다. 블론 세이브는 단 한 번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 성적은 역대를 통틀어도 첫 손가락에 꼽힐 대기록이다. 두 번 다시 이만 한 기록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성적을 바탕으로 예상을 한 것이다.
LG와 넥센의 기대 밖 선전 역시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못했다고 올해 못하리라는 예상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무명 선수 몇몇이 툭툭 튀어나와 주면 팀 전체의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진다.
야구는 꼴찌가 1등을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다. 한 번 이기면 우연이지만, 두 번 이기면 실력이 된다. 예상과 다른 양상이 전개되는 게 야구의 재미이자 매력이다. “야구, 몰라요∼”가 야구계 최고의 명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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