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 축구인은 31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10주년을 맞는 한국 축구에 대해 ‘속 빈 강정’이라고 표현했다.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형편없다는 뜻이다.
한국 축구는 10년 전에 비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변했다. 특히 외형적 성장이 눈에 띈다. 월드컵 유치를 선언하기 전인 1993년 40억 원이던 대한축구협회 1년 예산이 월드컵 개최 직전인 2001년 308억 원, 최근에는 1000억 원대까지 치솟았다. 2002년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이 이뤄낸 4강 신화의 파급효과다. ‘4강 성적표’를 발판으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월드컵 스타와 이청용(볼턴) 등 신세대 스타들이 해외에 진출해 대표팀의 위상은 계속 높아졌다. 4강 이후에도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나갔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땐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을 이뤘다. 태극 전사들을 통해 홍보 마케팅 효과를 얻고 싶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 등 스폰서들이 대표팀을 대거 후원해 협회 수입이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축구협회는 엄청나게 커진 몸집에 걸맞은 조직으로 변모해 왔을까. “아니다”는 축구인들이 대다수다. 협회 내부에서조차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터진 비리 직원에게 위로금을 주는 헛발질 행정은 빙산의 일각이다.
“축구협회는 정말 돈을 많이 준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한 사원은 ‘왕따’를 당하다 떠났다. 축구협회 직원들은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보다도 더 많은 보수를 받는다. 일부 열악한 체육회 가맹단체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 스스로가 “축구협회는 신이 숨겨둔 직장”이라고까지 표현했을 정도다. ‘왕따’를 수수방관한 지도부 탓에 묵묵히, 성실히 일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이런 좋은 조건에 비해 업무처리는 구태의연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회장 임기 말에 한 고위 인사가 자기 측근을 불필요하게 영입해 협회 안팎의 비난을 산 것도 한 예다. ‘동호회를 위해’가 아닌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고’ 늘 싸우는 조기축구회 수준이라고 한탄하는 축구인들이 계속 늘고 있는 이유다. 2002년 축구협회 회장으로서 4강 신화의 산파 역할을 한 정몽준 명예회장(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내가 뭐라 하면 이상하게 볼까 봐 말은 못하겠는데…”라며 협회의 미숙한 행정을 아쉬워했다.
축구는 축구협회만의 것이 아니다. 국민의 성원이 없으면 생명력이 없다. 성심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국민의 마음은 떠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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