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요즘 가장 바쁜 이는 구본능 총재다. 시간 날 때마다 프로야구단 고위 관계자를 만나고 있다. “제10구단 창단을 위해 도와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8개 구단 가운데 롯데 삼성 한화는 10구단 창단에 반대하고 있다. 나머지는 찬성 혹은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구 총재는 “빠른 시일 내에 임시 이사회를 열어 10구단 창단 건을 마무리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10구단 창단에 대한 찬반은 모두 일리가 있다. “700만 관중 시대를 맞아 프로야구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거나 “기존의 구단조차 매년 100억 원 넘게 적자를 내고 있는데 신생구단은 버티기 힘들 것이다”라는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기존 구단이 지난해 NC의 창단을 허락한 데 있다. 내년에 9팀이 시즌을 치르게 되면 매일 한 팀은 놀게 된다. 그로 인해 팀당 경기 수는 오히려 줄어든다. 구단 수입이나 기록 양산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0구단 체제가 돼야 이 같은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 “NC는 10구단 체제를 전제로 탄생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구단 창단 여부는 프로야구의 ‘외양 확대’냐 아니면 ‘내실 다지기’냐로 귀결된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30년 만에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그 사이 중고교야구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중학야구팀은 1984년 81개에서 올해 89개로 늘었지만 고교는 1986년 59개에서 올해 53개로 오히려 줄었다. 이 때문에 일부 구단은 “10구단 창단보다 고교야구부터 살리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KBO는 4월 초중고교 야구팀 창단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인식)를 출범시켰다. 한국 야구의 근간인 아마추어 야구단의 창단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김인식 위원장은 “야구단을 창단하는 학교에 최고 5000만 원을 지원해 양적 질적 수준을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신생 구단이 창단할 때 KBO에 내는 가입금 등을 적립해 지원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결국 10구단 창단은 고교 야구 활성화와 맞물려 있다. 프로와 아마가 공생(共生)하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 더더욱 그렇다. 한 고교야구부 감독은 “어린 야구선수들의 꿈을 위해 10구단 창단이 절실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부 구단이 10구단을 반대하는 건 그들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이기주의나 마찬가지다. 기존 구단은 해당 지역 고교 야구팀이 사라질 때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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