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방불케 했던 수원과 서울의 축구협회(FA)컵 16강전이 20일 밤 끝난 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구급차의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 구단 관계자가 수원 구단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해 경기장에서 쓰러진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승부욕이 지나쳤던 탓일까. 양 팀의 경기는 동업자 정신이 상실된 거친 태클이 난무했다. 부상당한 선수로 인해 경기는 수시로 중단됐고 종료 직전에는 선수들이 뛰쳐나와 몸싸움을 벌였다. 이 경기에서 총 42개의 반칙이 쏟아졌다.
양 팀은 끝내 경기장 밖에서도 사고를 치고 말았다. 수원 2군 선수의 무료입장을 놓고 생긴 말다툼이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서울 측은 “수원 관계자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허리를 찼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담당한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수원 직원이 서울 직원을 때린 것은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 측은 서울 측이 먼저 시비를 걸고 욕설을 했다며 모욕죄로 맞고소를 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가해자 측의 맞고소로 양측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팬들도 이성을 잃었다. 일부 서울 서포터스는 서울 구단의 버스를 막고 사령탑에 오른 뒤 라이벌 수원에 3연패한 최용수 감독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욕설을 내뱉으며 소란을 피운 이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3연패로 유로 2012에서 탈락한 아일랜드 선수들에게 아일랜드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낸 것과는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선수와 구단 관계자, 팬 모두 페어플레이라는 스포츠의 가치를 상실한 밤이었다. 라이벌 간의 경기는 팬들을 매료시킨다. 주춤한 축구의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라이벌 매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정한 규칙이 지켜졌을 때의 이야기다. 축구장은 팬들에게 공정한 경쟁에 대한 가치, 패배를 인정하는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끔찍한 부상과 폭력, 욕설이 난무하는 경기가 계속된다면 그건 막싸움이지 스포츠가 아니다. 프로축구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명품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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