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02월드컵 1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고 최근 밝혔다. 태극전사들이 4강 신화를 창출하며 우리 국민들을 열광시켰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이 10년 전 5월 31일 개막해 6월 30일 막을 내렸으니 때늦은 기념식이다. 보통 개막일에 맞추거나 늦어도 대회 기간에 행사를 하는 게 관례다.
사실 축구협회는 기념행사를 열 생각도 없었다. 6월 중순 열린 2002년 출생 한일 유소년 축구 교류전이 협회가 마련한 유일한 기념행사였다. 6월 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동 방문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5월 31일(한국 시간) 이역만리 스위스에서 스페인과 평가전을 벌인 게 10주년 기념으로 착각이 될 정도로 조용히 지나갔다.
반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02년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골든골을 터뜨린 ‘반지의 제왕’ 안정환을 명예 홍보팀장으로 끌어들여 ‘2002년 한일 월드컵 멤버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2’를 준비했다. 4강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러시아 안지 감독)을 초청했고 박항서(상주 감독) 정해성(전남 감독) 김현태(인천 GK 코치) 등 당시 코칭스태프도 모두 불렀다. 홍명보(올림픽 대표팀 감독)와 황선홍(포항 감독)을 비롯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출전 가능한 선수 19명을 모아 ‘팀2002’도 만들었다.
‘킥오프’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축구협회가 경기 하루 전날 기념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프로연맹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형국이다.
축구에서는 투자한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팬들에게 주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팬들의 호응이 없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을 자주 마련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 10주년은 국민들에게 행복했던 4강 신화의 추억을 떠올려주며 축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호재였다. 축구협회는 이를 인식조차 못했고 프로연맹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한민국 축구를 관장하는 축구협회가 하위단체인 프로연맹으로부터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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