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를 떠나 특정 인물이 벌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입성한 것처럼 보여선 안 되죠.” 언제나 그랬듯 할 말은 했다. 제19대 국회의원에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58)이 그랬다.
이 의원은 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한국 스포츠에 김연아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연아가 피겨 역사의 한 획을 그었고 국위선양을 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장미란(역도) 박태환(수영) 등 스포츠 외교관을 꿈꾸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에게 탁구 선수 출신으로 처음으로 금배지를 단 소감을 묻자 “국회가 개원(2일)한 지 얼마 안 돼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할 일에 대한 밑그림은 갖고 있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체육 발전을 위한 좋은 제도를 만들고 싶다”는 거였다.
이 의원이 생각하는 ‘좋은 제도’란 형식적인 학교 체육과 낙후된 생활 체육을 살리기 위한 법적 장치다. 그가 최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건강한 스포츠를 위한 발상이다. 25세가 되지 않은 운동선수는 주류 광고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공인(公人)인 스포츠 스타는 무분별하게 광고에 얼굴을 비쳐선 안 된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탁구계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열아홉 살 때인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에서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1988년 서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05년에는 첫 여성 태릉선수촌장이 됐다.
이 의원은 “정치인으로 4년 임기 동안 체육인 출신으로 할 일을 한 뒤 멋지게 퇴장하겠다”고 했다. 그런 그의 마음 한가운데에는 여전히 스포츠가 자리 잡고 있었다. 27일 개막하는 런던 올림픽에서의 한국 탁구를 전망해 달라고 하자 “노장들의 전력이 많이 노출돼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이를 악물고 중국과 맞선다면 단체전 금메달도 못 이룰 꿈은 아니다”라고 했다. 탁구 대선배의 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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