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무기한 유보했던 사안에 대해 논의를 재개하자는 것 아닌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였다.” ②“선수들과 대화하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지 않나. 어떤 제안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가 없었다.”
①은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찬성하는 구단 대표, ②는 반대하는 구단의 대표가 한 말이다.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있었지만 두 사장의 얘기는 너무 달랐다.
KBO는 10일 제6차 이사회를 열었다. 지난달 25일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10구단 창단에 대해 구체적인 절차를 제시하지 않으면 올스타전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뒤 처음 열린 이사회였다. 2시간여에 걸친 회의 뒤 KBO는 결과를 발표했다. △내년에는 월요경기 없이 팀당 128경기(기존 133경기)를 치르고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부활하며 △초중고교 야구부 창단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앞세웠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10구단에 대해서는 “창단과 관련한 일정 등 구체적인 방안은 KBO에 위임했다”고만 밝혔다.
사전적인 의미로 ‘어떤 일을 책임 지워 맡긴다’는 위임이라는 표현을 놓고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등장한 위임은 창단에 대한 포괄적인 권한을 KBO에 주는 게 아니라 당장 올스타전과 관련해 선수협과 만나고, 어떻게 설득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올스타전이 반드시 열려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참석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올스타전이 ‘발등의 불’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사회 구성원 사이에 이견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정작 10구단 창단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큰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양 총장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사회 직후 선수협 관계자를 만나 오늘 나온 얘기들을 전했다. KBO가 진정성을 갖고 계속 대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수협은 “각 구단 선수 대표들과 논의해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 13일까지 결론이 안 나면 출전할 수 없다”고 했다. KBO가 ‘발등의 불’을 제대로 끌 수 있을지에 따라 ‘위임’의 폭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결과에 대해 10구단 유치를 희망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은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진전된 내용”이라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10구단을 찬성하는 구단 대표의 말과 같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말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10구단 논의가 재개된 것은 다행이지만 결정권을 쥔 이사회 구성원들은 여전히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