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은 13일자에 프로야구 한신의 재일교포 외야수 가네모토 도모아키(김박성·44·사진)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례적으로 그의 21년 야구 인생을 2개 면에 걸쳐 다뤘다.
가네모토는 웃는 모습으로 은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지만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끝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항상 나이 든 아들의 몸을 챙겨 주셨는데…”라며 울먹였다. “지난 3년간 (어깨 부상 등으로) 너무 힘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전성기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나를 끝까지 지지해준 야구팬들의 은혜에 감사드린다.”
가네모토는 1991년 신인드래프트 4순위로 히로시마에 입단해 2002년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한신으로 이적했다. ‘철인’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2010년 1492경기 연속 무교체 출장하며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웠다. 18일 현재 통산성적은 2565경기에서 타율 0.285에 2533안타 475홈런 1520타점. 그러나 올 시즌은 타율 0.257, 5홈런 29타점에 머물렀다. 어깨 부상과 체력적인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젊은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됐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영웅다운 멋진 퇴장이었다. 한신 구단은 10월 5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리는 야쿠르트와의 시즌 최종전을 가네모토의 은퇴 경기로 결정했다.
가네모토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였을까. “열 살 때 야구를 시작해 7∼8할은 고통이었고 2∼3할은 기쁨이었다. 그 2∼3할의 기쁨을 잡기 위해 지금까지 왔다. 그게 내 야구 인생이었다.”
국내에도 마흔 살이 넘어서까지 현역으로 뛰는 선수가 있다. LG 최동수 류택현, KIA 최향남(이상 41세)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들은 “잘할 수 없다면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겠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프로야구 아시아선수 최다승(124승)을 거둔 한화 박찬호(39) 역시 현역과 은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단 1승에 그친 뒤 방출됐다. 올해 고국 무대에 돌아왔지만 5승 9패 평균자책 5.07에 머물고 있다. 시즌 막판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 때문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한화 관계자는 “체력적으로 더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게 박찬호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의 의지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내년에도 공을 던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0대에도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장은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가네모토처럼 후배를 위해 멋지게 물러날 줄 아는 이가 진정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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