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시장 당선되면 축구 키운다더니 팀 해체라니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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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레저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차장
“시장님은 잊으셨는지 모르지만 저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

수원시설관리공단(이하 시설공단) 여자축구팀 주장 박현희는 선수 일동 명의로 최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2010년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시장선거 때 숙소를 찾아와 당선되면 해주겠다던 4가지 약속을 지키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팀 해체를 결정한 것에 대한 눈물의 하소연이었다. 당시 염 시장 후보는 ‘운동장 잔디를 깔아주겠다’ ‘선수단을 30명으로 확대 보강해 주겠다’ ‘숙소를 리모델링해 주겠다’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박현희는 “그 약속을 믿고 우리는 주소를 옮겨 한 명도 빠짐없이 투표했고 시장님이 당선된 뒤에는 더 열심히 운동해 그해 리그 챔피언까지 했는데 어떤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현희는 “열심히 한 대가가 팀 해체라니 너무 하십니다”라며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수원시청이 시설공단 여자팀에 올해 말까지 해체하겠다고 구두 통보를 하고도 공식적으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어 축구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체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경쟁력이 없는 팀을 해체하겠다는 것. 하지만 요즘 최고 인기인 프로야구팀을 유치하기 위해 정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원시는 프로야구 10구단의 연고지 유치를 신청했다.

축구인들은 수원시의 프로야구팀 유치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저변 확대를 위해 어렵게 만든 팀을 헌신짝처럼 쉽게 버리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선거 땐 간 쓸개까지 내줄 듯하다 당선된 뒤 뒤바뀐 염 시장의 표변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수원은 전통적으로 ‘축구의 도시’다. 명문 수원 삼성이 FC 서울과 국내 최고의 라이벌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퀸스파크 레인저스)도 수원 출신이다. 박지성의 ‘후원자’였던 김용서 전 시장은 2008년 시설공단 여자팀을 창단하는 등 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시장이 바뀌면 정책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공약(空約)’과 배신에 눈물 흘리는 여자 선수들의 서글픈 마음을 염 시장은 조금이라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몰염치한 정치인이란 낙인만은 피할 수 있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차장 yjongk@donga.com
#축구#여자축구#수원시설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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