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내년 1월 치러지는 차기 축구 수장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권오갑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61)과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50)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권 회장이 “난 정 총재를 밀겠다”고 밝혀 사실상 차기 축구협회의 수장은 정 총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 회장은 “축구에 대한 애정, 무엇보다 사심 없이 축구를 좋아하는 측면에서 정 총재는 한국 축구를 이끌 자격이 있다. 나도 축구계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축구에 봉사할 준비는 돼 있지만 K리그 부산 아이파크의 구단주이고 대기업(현대산업개발)의 오너인 정 총재가 더 적임자다”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축구협회장은 봉사하는 자리이지 결코 대우받는 자리가 아니다. 프로연맹을 맡아 승강제를 이끌어 내고 K리그도 1, 2부로 나눠 열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등 축구 발전을 위해 헌신한 정 총재 같은 분이 축구협회를 운영해야 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 총재는 갈라진 축구계를 하나로 잘 보듬으면서 축구인들에게 일을 맡긴 뒤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2009년부터 축구인 출신이 협회를 운영하면서 안팎에서 말이 많았다. 협회가 속칭 ‘축구 야당’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해 늘 서로를 비방하며 싸워 항상 시끄러웠다. 비리 직원에게 위로금을 주는 등 최근 ‘헛발질’ 행정도 이어졌다.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동메달을 땄는데도 박종우의 우발적인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축구협회가 마치 ‘매국노’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 최근 축구협회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세대교체’ 차원에서도 50대 초반의 새로운 인물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선한 인물이 들어와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축구를 새롭게 변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4년마다 나와 물을 흐리고 있는 ‘축구 야당’ 쪽 인물도 축구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돼 있다. 현 야당 측 인사가 회장이 될 경우 또 다른 ‘편 가르기’ 행정으로 축구계를 둘로 나눌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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