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부럽다, 日 노인 체육대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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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 스포츠레저부 차장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차장
라지볼 탁구, 소프트발리볼, 연식 야구….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변형 스포츠들이다. 라지볼 탁구는 지름이 40mm인 일반 탁구공보다 큰 지름 44mm의 공을 사용한다. 무게는 2.7g인 일반 탁구공보다 0.3∼0.4g 정도 가볍다. 공의 속도를 낮추고 회전이 덜 걸리게 한 것이다. 소프트발리볼은 배구를 좀 더 천천히 즐기도록 한 것이다. 무게가 260∼280g인 일반 배구공보다 50∼70g 정도 가볍게 만들었다. 연식 야구는 일반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딱딱한 가죽 공 대신 고무로 만든 공을 사용한다.

이 종목들의 공통된 특징은 ‘느림’과 ‘부드러움’이다. 어린이나 노인들이 부담을 덜 느끼며 즐기도록 한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일본에서 파생됐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인구 약 3명 중 2명이 스포츠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일 생활체육교류 현장에서 만난 일본체육협회 오카자키 조이치 전무이사는 “일본 체육 인구를 약 7000만 명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생활체육 강국인 일본이 특히 신경 쓰는 점은 노인 스포츠다. 약 1억2700만 명의 일본 인구 중 23%가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추산된다. 대표적 고령국가인 일본에서 노인들의 의료 및 복지는 중요한 사안이다. 일본은 스포츠를 통해 노인들을 건강하게 하고 의료비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한 예가 ‘연륜 피크(年輪 peak)’라는 연례행사다. 1988년 시작된 이 행사에는 60세 이상 노인들이 축구 소프트발리볼 골프 마라톤 등 20여 개 종목에 참가한다. 바둑, 장기, 하이쿠(시) 짓기, 카드 게임 등의 종목도 포함해 노인들의 폭넓은 참가를 유도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 행사의 주관 부서가 체육을 담당하는 문부과학성이 아니라 의료 및 복지 정책을 담당하는 후생노동성이라는 점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노인 스포츠를 그만큼 의료 및 복지와 직결해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륜 피크의 내년 개최지는 고치 현이다. 니시야마 마사오 고치 현 체육협회장은 “약 20만 명의 노인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인구 5000만 명을 돌파한 한국은 급속히 고령사회로 진입해 2030년이면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고령층이 의료비 전체의 66%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규칙적인 운동은 1인당 연간 약 330달러(약 36만 원)의 의료비를 줄인다고 알려졌다.

국내 노인 스포츠는 일본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이는 개인의 건강과 행복은 물론이고 국가의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라도 이제부터 비중 있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차장 bluesky@donga.com
#일본#노인 체육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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