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야구발전을 위한 정책워크숍’에서 호기롭게 약속했다. 달콤한 말이었다. 이 자리에서 야구계의 열악한 현실을 토로한 모든 야구인은 박 시장의 호언장담을 믿고 싶었다. 30년 된 낡은 잠실야구장과 완공이 지지부진한 고척돔구장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박 시장이 22일 내놓은 체육정책은 ‘9회말 2아웃 만루홈런’이 아니라 ‘9회말 무사만루 삼중살타’였다. 박 시장은 첫째, ‘프로야구의 꿈’을 아웃시켰다. 서울시는 30년 된 잠실야구장의 신축이나 증축을 않기로 했다. ‘미국프로야구의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은 65년 쓰고 재건축했다’거나 ‘보스턴 펜웨이파크는 100년 됐다’는 식의 군색한 변명을 댔다. 신축 대신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화장실 개선 △내야 좌석 및 외야 펜스 교체 △외야 익사이팅존 400석 설치 △원정팀 라커 시설 개선에 그쳤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시설유지보수 비용을 올해 20억 원에서 내년 35억 원으로 15억 원 올렸다. 올해 잠실구장에서 거둔 광고료 72억 원과 위탁료 25억5800만 원 등 100억 원 가까운 수익 가운데 3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비용은 어디에 쓰는지 밝히지도 않았다. 잠실 방문 팀 라커 시설 개선도 두 개의 공간을 하나로 트거나 샤워기 몇 개를 바꾸는 수준이다. 잠실야구장은 이미 각종 시설물이 포화상태여서 다른 용도로 사용할 공간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최신 시설로 대폭 증설한다’는 식으로 부풀렸다.
박 시장은 둘째, ‘아마추어 야구의 꿈’을 아웃시켰다. 서울시는 2013년 12월 준공 예정인 구로구 고척돔구장에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연고 프로야구단 한 곳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고척돔구장은 2007년 12월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구장이다. 아마추어 야구의 메카였던 동대문을 부활시키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아마추어 야구는 고척돔구장의 완공만 기다리며 목동구장과 간이야구장을 떠돌았다. 그런데 이제는 고척돔마저 프로야구단에 내줘야 할 형편이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프로야구단들의 고민도 깊다.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LG 두산과 목동구장을 쓰는 넥센은 혹시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척돔구장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 시장은 셋째, ‘1000만 서울 시민의 꿈’을 아웃시켰다. 서울시민은 박 시장의 만루홈런 발언을 들었을 때만 해도 수도 서울의 수준에 걸맞은 최신식 야구 인프라를 꿈꿨다. 그러나 그건 ‘한여름밤의 헛꿈’이 됐다. 번지르르한 말잔치보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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