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0·함부르크SV)은 ‘2000만 유로(약 280억 원)의 사나이’다.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이 정도의 몸값을 받을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밝혔다.
그 대단한 손흥민을 8월 인천공항공사사장배 전국유소년축구 챔피언에 오른 서울 신정초교 축구단이 독일에서 만날 기회를 얻었다. 우승 특전으로 11월 26일부터 9일간 해외 축구 연수를 떠난 것이다. 이들은 부푼 꿈을 안고 현지에 도착했지만 손흥민을 만난 시간은 단 ‘10분’에 그쳤다.
손흥민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그는 24일 뒤셀도르프와의 분데스리가 방문경기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28일 샬케04와의 안방경기에 결장했다. 그를 응원하기 위해 구장을 찾은 신정초교 선수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손흥민은 다음 날로 예정된 만남을 갑자기 이틀 뒤로 미뤘다. 현지 코디네이터는 “부상 때문에 재활훈련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었다. 꿈나무들의 연수 일정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지난달 30일 함부르크 1군 훈련장에 나타난 손흥민은 건강해 보였다. 부상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연습경기였지만 꿈나무들은 자신들의 우상이 골을 넣을 때마다 환호했다. 하지만 훈련이 끝나고 기자가 만난 손흥민의 모습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손흥민은 꿈나무들에게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경기 직후 그라운드 밖에서 ‘10분’간 아이들의 유니폼에 사인을 하고 단체 사진을 찍은 게 전부였다. 미리 준비한 자신의 사인 종이를 건네려다 한국유소년축구연맹의 부탁에 마지못해 직접 사인을 해줬다. 그때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50·춘천유소년FC 감독)가 빨리 나오라며 손짓했다. 기자와 예정돼 있던 인터뷰 역시 “아버지 허락 없이는 안 된다”며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파파보이’ 손흥민의 행동은 뛰어난 기량에 비해 한참 모자라 보였다.
꿈나무들은 그런 손흥민을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들에게 ‘손흥민을 닮지 마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들에게 ‘10분’조차 아까워하는 축구 천재라면 그는 선배로서의 자격이 없다. 손흥민은 축구 스타는 됐지만 ‘배려’는 아직 배우지 못한 것 같다. ▶ [채널A 영상] 한국축구 꿈나무들, 영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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