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타격 기계인 것 같았다. 몸쪽, 바깥쪽, 직구, 변화구를 가리지 않았다. 그의 방망이에 맞은 공은 예외 없이 수비수들의 글러브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날아갔다. 기자는 1999년 TV를 통해 지켜본 한일 슈퍼게임을 잊을 수가 없다.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38)는 두 경기에서 한국 투수들을 상대로 7타수 7안타(1홈런)를 쳤다. 두 번째 경기 마지막 타석은 안타를 못 쳤는데 투수가 그를 고의사구로 걸렀기 때문이다.
그 후 국제대회나 일본 출장 등에서 만난 일본 기자들로부터 마쓰이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마쓰이에 대해 입을 모아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인간”이라고 평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남다른 선수라는 것이다.
요미우리 시절 4번 타자였던 그는 단 한 번도 팬들의 사인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한 기자는 “연장전까지 치른 날이었다. 운동장을 빠져나오는 그를 발견한 팬 수백 명이 몰렸다. 피곤할 만도 한데 그는 전혀 싫은 내색 없이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그러고는 ‘더 필요한 분 없으시죠?’라고 묻고선 자리를 떠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언론을 동반자로 생각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수십 명의 전담 기자가 그를 따라다녔는데 마쓰이는 매년 시즌이 끝난 후 담당 기자들을 모아 친선경기를 열었다. 자신은 투수로 변신해 기자들에게 공을 던졌다. 시즌 중에도 기자들과 자주 식사를 하고 방문경기를 할 때는 구단 버스 대신 기자들의 차를 얻어 타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507개의 홈런을 친 그가 28일 은퇴를 선언하자 곳곳에서 아쉬워하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양키스 시절 동료였던 데릭 지터는 “마쓰이는 내가 최고로 생각하는 선수 중 하나다. 진심으로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양키스는 그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그와 하루짜리 계약을 맺고 공식 은퇴식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두 페이지에 걸쳐 그의 은퇴 관련 소식을 전했고 NBC스포츠는 29일 “마쓰이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벌써부터 마쓰이가 차기 요미우리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는 많다. 훌륭한 인간성을 갖춘 선수도 적지 않다. 하지만 두 가지를 겸비한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마쓰이가 타인에게 베풀었던 배려가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에게 두고두고 복이 되어 돌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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