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경기 중에 선수한테 욕을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심판은 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인기가 주춤한 프로농구에 모처럼 팬과 누리꾼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그 소재가 심판 욕설의 진위를 두고 벌어진 논란이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29일 인삼공사-LG 경기 막판에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이 “심판이 어떻게 선수한테 욕해. ‘야, 이 새끼야’라 했잖아”라며 심판에게 강하게 따지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잡혔다. 판정에 항의하던 인삼공사 양희종에게 윤호영 심판이 욕을 했다는 얘기다. 양희종 주변에 있던 동료들도 욕하는 걸 들었다고 거들었다. 화면 속에서 항의하는 이 감독에게 윤 심판은 “(욕을 한 게 아니라) 비키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욕을 들었다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어서 윤 심판의 주장은 의심을 받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다음 날 바로 재정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뤘다. 결론은 내지 못했다. “선수는 욕설을 들었다는데 현장에 있던 나머지 심판들, 경기감독관, 기록원 중 욕을 들었다는 사람이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KBL의 설명이다. 증거가 없어 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중계 화면에 욕하는 장면이 잡힌 건 없다. 인삼공사는 1일 KBL에 재조사를 요구해 끝까지 진위를 가리겠다는 분위기다.
이번 일과 관련해 짚어볼 게 하나 더 있다. 화면에 잡힌 대로 이 감독은 반말로 따지고 윤 심판은 존댓말로 얘기했다. 이 감독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감독들이 경기 중에 “야, 이리 와 봐” 하면서 심판을 불러 항의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좁은 농구판에서 운동했던 감독, 심판, 선수가 선후배로 엮이다 보니 “야” “어이” 하는 반말은 예사로 한다. 이 감독은 연세대 88학번이고 윤 심판은 고려대 89학번으로 이 감독이 1년 선배다. 심판도 나이 어린 선수의 항의가 지나치다 싶으면 “야, 그만해” “야, 들어가” 하고 반말을 한다.
“욕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만 다 같이 운동한 선후배 사이라 반말을 하게 되고 그러다 욱하면 자기도 모르게 욕도 튀어나온다.” 이번 일을 지켜본 프로농구 현직 감독의 얘기다. 한 코치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감독이고 심판이고 상대를 후배 대하듯 툭툭 던지는 반말이 감정이 격해지면 언제든지 욕으로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감독이 반말을 하니까 심판은 선수한테 욕할 수 있다는 ‘물타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선후배 사이라도 ‘선공후사(先公後私)’는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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