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목표이자 동기인 ‘돈’이 성적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투구 하나, 타격 하나가 시즌이 끝난 뒤 연봉협상의 자료가 된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개인 성적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 불문율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다.
LG는 3일 외국인 투수 벤저민 주키치(31), 레다메스 리즈(30)와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27만5000달러에 재계약을 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연봉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재계약을 체결한 롯데 쉐인 유먼과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세 선수의 지난해 성적은 거의 같아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먼은 지난해 13승7패에 평균자책 2.55로 리그의 모든 투수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맹활약을 펼쳤다. 주키치도 11승8패1홀드에 평균자책점 3.45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리즈는 5승12패5세이브에 평균자책 3.69로 세 선수 중 가장 부진했다. 투구 이닝에서도 유먼은 179와 3분의 2이닝으로 가장 많았고, 리즈는 151과 3분의 1이닝으로 가장 적었다.
따라서 액면 그대로의 연봉만 놓고 보면 유먼은 가장 억울하게 도장을 찍은 셈이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리즈의 재계약이 발표된 뒤 지금까지 유먼이 억울해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유먼은 왜 프로의 근간인 돈에 초월한 것처럼 행동하는 걸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도 안다. 다만 모른 척하고 있을 뿐.
세 선수의 연봉은 KBO의 재계약 외국인선수 연봉 인상 상한선 25%를 정확히 맞췄다. 연봉 인상 상한선은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있었다. 1983년 당시 6개 구단은 실행 이사회에서 재계약 때 25% 이상 연봉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규정은 당시 구단들의 뒷돈 거래만 성행하게 했다. 실제 1983년 15승7패로 최고승률 투수가 된 이길환(MBC)의 1984년 연봉은 전년도보다 375만 원 오른 1875만 원에서 막혔지만 구단은 475만 원을 뒷돈으로 더 줬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연봉 인상 상한선 규정은 결국 1990년 전면 폐지됐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에게는 여전히 이 규정이 살아있다.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구단과 팬들 간의 신뢰를 깨는 거짓말 행진을 계속할 것인가. 23년 전 국내 선수에 대한 연봉 인상 상한선 규정을 폐지하게 된 이유에서 다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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