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당근도 없는데 다치면 어떡해” 개인주의가 부른 ‘WBC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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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싫다는 선수를 억지로 데려올 수는 없잖아요. 선수들 마인드만 메이저리그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관계자의 푸념처럼 한국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선수단 구성 때부터 난항을 겪었다. 투타의 핵심 전력인 메이저리거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가 팀 적응을 이유로 출전을 고사했고,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선수도 있었다. 교체 선수로 뽑힌 투수 이용찬(두산)도 팔꿈치 부상으로 송승준(롯데)과 교체되는 등 무려 7차례나 멤버가 바뀌었다.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결과는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이었다.

좋은 성적을 올렸던 1, 2회 대회 때는 달랐다. 2006년 초대 WBC를 앞두고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생각에 출전을 강력히 희망한 선수가 적지 않았다. 박찬호(당시 샌디에이고·은퇴)를 비롯해 서재응(다저스·현 KIA), 김병현(콜로라도·현 넥센), 이승엽(요미우리·현 삼성) 등 해외파 선수들은 이종범, 김동주, 이병규 등 국내파 선수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준우승을 차지한 2회 대회 때도 해외파인 투수 임창용(야쿠르트·현 시카고 컵스)과 외야수 추신수의 가세가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한 28명의 선수 가운데 해외파는 이대호(오릭스)가 유일하다. 국내파 선수 여러 명도 부상을 이유로 출전을 고사했다. 이 과정에서 소속 선수의 부상을 우려한 구단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선수들만 탓할 수도 없다. 한층 인기가 높아진 한국 프로야구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 수십억 원의 돈을 벌 수 있다. 이택근(넥센)과 김주찬(KIA)은 4년간 총액 50억 원을 받았다. 국가대표에 뽑힐 만한 선수면 이들에 못지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WBC는 별다른 혜택이 없어 선수들에게 반드시 출전해야겠다는 동기를 주지 못한다.

KBO는 이번 대회에서의 부진을 계기로 앞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WBC와 대륙간컵 대회 등에 일정한 포인트를 줘 이에 따라 FA 연한을 줄여주는 것도 검토되는 방안 중 하나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해외파 선수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하지만 결국 열쇠는 선수들이 쥐고 있다. 굳이 거창하게 애국심을 들먹이지 않아도 지금 선수들이 받는 훌륭한 대우의 밑바탕에는 선배들이 이전 WBC와 올림픽에서 거둔 좋은 성적이 있다. KBO와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2017년에 열릴 제4회 WBC에서 한국 야구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할 수 있다.

―타이중에서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한국야구위원회#월드베이스볼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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