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동부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이미 프로축구·야구·배구가 승부조작 파문을 겪었지만 현직 감독이 연루된 것은 처음이라 충격이 더 크다.
감독이 승부를 조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방법은 간단하다. 잘하는 선수를 빼면 된다.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원칙을 무시하면 그만이다. ‘져 주라’고 하는 감독은 하수 중의 하수다. 금세 탈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과 같은 사례는 어떻게 봐야 할까.
10일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KEPCO의 경기. 삼성화재는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강팀이고 KEPCO는 전날까지 역대 최다 연패 타이인 25연패를 기록한 약체다. 평소 같으면 결과가 뻔했겠지만 이날 KEPCO는 3-2로 이겼다. 최다 연패를 벗어나려는 KEPCO 선수들의 투지가 대단했던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1세트부터 박철우 석진욱 고희진 여오현 등 주전들을 뺐다. 1세트를 크게 이긴 뒤에는 외국인 선수 레오도 뺐다. 삼성화재는 그러고도 쉽게 지지는 않았다. 승부는 최종 5세트에서야 갈렸다. 이 경기 관련 기사에는 ‘감독이 져 줬다’ ‘명백한 승부 조작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나올 법한 의견이다. 쉽게 이길 경기를 감독이 앞장서 포기한 것처럼 보였을 수 있으니까.
신 감독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이어갔다.
“선수 교체는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다. 절박하지 않은 경기에서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은 감독이 해야 할 배려다. 성적이 없는 선수들의 연봉은 깎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주전은 휴식이, 후보는 기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전에서 뛸 기회를 줘야 기량을 점검할 수 있다. 경기 전 후보 선수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2류 선수냐. 뛰면 진다고 생각하느냐. 그러지 말라.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다’고. 선수들은 악착같이 뛰었다. 후보로 머물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조작(造作)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사실인 듯 꾸며 만듦’이다. 조절(調節)은 ‘균형이 맞게 바로잡거나 적당히 맞추어 나감’이다.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경기 상황만 보고 승부 조작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이전 사례들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사전적 의미는 상이해도 스포츠 현장에서 조작과 조절은 종이 한 장 차이도 안 된다. 단, 대가가 개입됐다면 그 차이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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