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으로 내려가게 되었다는 소식 듣고 펜을 듭니다.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비난 도피처’로 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15일 넥센과 LG의 잠실 경기 5회말 2사 만루에서 잘못된 세이프 판정으로 0-0 경기를 0-8로 만드신 건 경기를 이긴 LG팬들에게도 찜찜함을 남겼겠지요.
판정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심판님께 전할 말씀을 남겨 달라고 야구팬들께 부탁드렸습니다. 팬들 말씀 대부분을 차마 신문에는 쓸 수 없어 이렇게 전해 드립니다. “(박근영 심판은) 1998년부터 KBO에서 심판위원으로 경기를 망치고 박살내기 위해 활약하고 있다.” 마니아들이 만드는 백과사전 사이트 ‘엔하위키’에서 소개한 심판님 모습입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심판님의 각종 오심을 모은 ‘하이라이트 영상’도 등장했습니다.
물론 이런 인격 모독성 표현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시대가 변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 심판이 주심일 때 지난 3년간 넥센 승률은 0.318입니다. 같은 기간 넥센 전체 승률은 0.419였습니다. 박 심판께서 일부러 불리한 판정을 내리셨다는 뜻이 아니라 이제는 보통 팬들마저 이렇게 심판 활약을 기록하고 따져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뜻입니다.
짐 조이스라는 미국 메이저리그 심판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22년차 베테랑이던 조이스 심판은 2010년 경기에서 9회말 2아웃에 퍼펙트게임을 날리는 오심을 저지릅니다. 다음 날 조이스 심판은 퍼펙트게임을 놓친 투수를 찾아 문자 그대로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습니다. 그러자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안타까운 사건 하나로 그 심판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평소 조이스 심판의 판정은 메이저리그 최고였다”고 존경심을 드러냈습니다.
야구 규칙 9장을 마무리하는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 자주 읽으시겠죠?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 “심판원은 예의를 지키고 불편부당하고 엄격하게 처신하여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받아야 한다.” 이 구절들 말입니다. 조이스 심판은 과거 판정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이 규칙을 지켜 자기 미래는 바꿨습니다. 계속 존경받는 심판이 된 것이죠. 아니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그런데 실수가 자꾸 쌓이면 그 사람 인격이 되는 게 아닐까요? 적어도 자기 실수에 남이 대신 사과하는 사람은 분명 남을 심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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