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이 소집됐을 때 관심은 엉뚱하게도 축구가 아닌 ‘결혼 및 열애설’로 쏠렸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결혼을 축하한다”고 먼저 밝히면서 구자철의 결혼이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얼마 뒤 기성용은 훈련장에 연예인 한혜진과 자신을 암시하는 영문 이니셜 ‘HJ SY24(스완지시티 등번호)’를 축구화에 새기고 나와 또다시 팬들의 억측을 자아냈다. 당시 인터넷엔 ‘HJ는 한혜진이다’ 등 기성용의 열애설에 대한 소식들로 가득했다. 훈련 인터뷰 때도 이에 대한 질문들이 나왔다. 한국이 경기 막판 터진 손흥민(당시 함부르크·현 바이엘 레버쿠젠)의 결승골로 카타르를 2-1로 이겼지만 대표팀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기성용의 돌발 행동 때문에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 기성용을 시기하고 불만을 품은 선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최강희 당시 대표팀 감독(현 전북)은 6월 열릴 레바논과 우즈베키스탄, 이란 3연전을 준비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성용이 미드필더로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었지만 뽑을 경우 또다시 대표팀이 ‘결혼 분위기’로 갈 것 같았다. 구자철과 기성용 모두 최종예선이 끝난 뒤 결혼식을 잡았기 때문이다. 혈전을 벌여야 할 선수들이 결혼 분위기에 휩쓸리면 자칫 본선 티켓 획득이 어렵다는 협회 안팎의 의견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구자철은 물론이고 기성용까지 부상으로 소속팀에서 출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한 선수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둘 모두 선발하지 않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결혼 및 연애설만 가지고 기성용을 뽑지 않은 게 아니다. 그동안 기성용이 대표팀에서 한 행동들이 누적돼 팀워크에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대표팀 탈락에 불만을 품은 기성용은 지난달 1일 트위터에 최 감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듯한 글을 띄워 파문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힘겹게 골 득실차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자 “왜 기성용을 뽑지 않았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4세로 최근 한혜진과 결혼한 기성용에 대해 자신만 생각하는 과도한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축구는 아무리 잘해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11명이 하나가 돼야 한다. 기성용은 신임 홍명보 감독이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 때 강조한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를 벌써 잊은 듯하다. 홍 감독은 팀플레이를 해치는 선수는 중용하지 않는다. 기성용이 내년 브라질에 가고 싶다면 꼭 명심해야 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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