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어릴때 잠깐 다니는 태권도장… 종주국 닮아가는 세계 태권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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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멕시코 푸에블라는 지구촌 곳곳에서 태권도를 전파하고 있는 한국 사범들의 집합소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각국 대표팀 감독까지 하는 한국인이 많다.

그런데 사범들은 공통적으로 “태권도가 해외에서 인기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주국 한국을 닮아가 안타깝다”고 말한다. 멕시코시티에서 오랜 세월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박상권 씨는 “여기도 한국과 같이 태권도가 어린이 스포츠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태권도 인구가 약 200만 명이지만 이 중 성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는 얘기다. 박수남 독일태권도협회장도 “독일 태권도 인구가 5만 명인데 이 중 40세 이상은 4000∼5000명 수준이다. 일본 가라테의 경우 약 20만 명이 수련하고 있고, 이 중 6만여 명이 40세 이상이다”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성인들의 비중이 많은 가라테의 미래가 더 밝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에서 태권도는 어느 순간 무도에서 스포츠가 됐고, 성인 스포츠가 아닌 어린이 스포츠가 된 지도 오래됐다. 과거 어른들이 몸과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 도장을 다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젠 어린이들이 영어, 수학 학원 다니듯 잠깐 도장에 다닌 뒤 커가면서 잊어가는 스포츠가 됐다. 이런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니 우려를 낳고 있다.

요즘 스포츠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태권도는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올림픽 핵심 종목 25개에 포함됐다. 하지만 고대 올림픽부터 줄곧 명맥을 이어온 레슬링과 가라테 등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영구히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다. 어린이 스포츠가 아닌 대중 스포츠가 되지 않으면 인기는 떨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IOC도 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태권도계는 ‘글로벌 스포츠’란 자부심에 빠져 이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의 본산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WTF), 대한태권도협회는 늘 엇박자를 내고 있고, 태권도의 발전보다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고 있는 형국이다. 4선에 성공한 조정원 WTF 총재가 “3개 단체와 태권도의 발전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듯 태권도인들은 한마음으로 ‘태권도의 대중화’를 꾀하는 노력을 해야 가라테의 전방위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다. 무도와 스포츠를 분리해 국기원이 성인 대중에게 무도를 전수하고, WTF와 협회가 스포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푸에블라에서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태권도#어린이 스포츠#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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