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투수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상은 사이영상이다. 최고 투수에게 수여되는 이 상은 메이저리그 초창기 전설적인 투수인 사이영을 기리기 위해 그가 사망한 이듬해인 1956년 제정됐다. 당시 MLB 사무국 커미셔너였던 포드 프릭이 주도해 이 상을 만들었다. 사이영이 세운 최다승(511승), 최다 이닝(7355이닝), 최다 완투(749번) 등 각종 기록들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전미야구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투표로 양 리그에서 한 명씩 수상자를 선정한다.
일본 프로야구에는 사와무라상이 있다. 역시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였던 사와무라 에이지를 기려 1947년 만들어졌다. 일본 프로야구가 시작된 1936년부터 5년간 요미우리에서 뛰며 63승을 올린 사와무라는 1944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와무라상은 3년 뒤인 1947년부터 수여되기 시작했다.
30년 넘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비슷한 상을 만든다면 어떤 선수의 이름을 넣을 수 있을까. 아마도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금테 안경에 역동적 투구 폼, 불같은 강속구와 폭포수같이 떨어지던 커브…. 프로야구를 보고 자란 프로야구 키드들에게 최 전 감독은 꿈과 희망을 던졌다. 불과 8시즌을 뛰면서 103승(74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2.46밖에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1984년 롯데의 에이스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1패)을 거둔 것은 세계 야구를 통틀어도 유일한 기록이다.
14일이면 최 전 감독의 2주기가 된다. 그동안 그를 기리려는 노력이 많았다. 사망한 그해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만원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구결번식이 열렸고 그와 선동열 KIA 감독의 라이벌 대결을 기린 ‘퍼펙트게임’이란 영화도 개봉됐다. 올해 14일에는 부산 시민과 야구팬들의 성금으로 제작된 ‘무쇠팔 최동원’ 동상이 사직구장에 세워진다. 동상 건립을 주도한 고 최동원기념사업회는 내년에는 ‘최동원상’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고 최 전 감독이 정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였느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최 전 감독이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업적을 남겼고 많은 팬들이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MLB 사무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사이영상과 달리 사와무라상은 한 잡지사의 기획으로 시작해 일본의 모든 투수가 열망하는 상으로 자리 잡았다. ‘최동원상’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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