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올림픽 퇴출위기서 ‘빠떼루’ 살아났지만 한국레슬링은 스폰서 기업 못구해 ‘탈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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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스포츠부 기자
박민우 스포츠부 기자
‘빠떼루’(파르테르)는 아직 부활하지 못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 퇴출 위기에 몰렸던 레슬링은 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 및 제125차 총회에서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마지막 정식종목에 채택되면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한국 레슬링은 여전히 위기다.

1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2013 시니어 세계선수권 대회 첫날 남자 자유형에 출전한 한국 레슬링대표 선수 3명은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6kg급 금메달리스트 김현우(삼성생명)가 이 대회에서 한 체급 올려 74kg급에 도전하지만 한국이 14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한국 레슬링은 침체돼 있다. 김학열 대한레슬링협회 사무국장은 “예산이 부족해 코치 2명이 대회 직전에야 합류했다. 삼성이 올해부터 지원을 중단하면서 국가대표팀 여건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한국 레슬링의 젖줄이었다.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 동안 대한레슬링협회에 274억 원이 넘게 지원해왔다. 지원금은 연간 9억 원 이상이었다. 연간 협회 예산이 35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은 올해부터 후원을 중단했다. 젖줄이 끊긴 여파는 컸다. 협회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전지훈련과 상비군 합숙훈련이 전면 중단됐다. 꿈나무 육성 지원 사업과 시도지부 지원 및 육성금 지원, 중고등학교 팀 창단 시 지원 등이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협회는 4월 8일, 5월 6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호소문을 올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삼성 스포츠단 관계자는 “삼성이 레슬링협회의 회장사가 아닐뿐더러 천신일 전 협회장(1997∼2000, 2002∼2011년)의 심판 매수 및 비리 문제도 있다. 협회 내부 갈등과 파벌이 심각해 예산의 투명성 제고가 전혀 안 된다”며 “지원 중단은 2011년에 결정했지만 런던 올림픽 때문에 지난해까지 지원하겠다고 미리 통보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새로운 스폰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레슬링을 다시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레슬링이 기사회생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내부 개혁과 전면적인 룰 개정을 통해 IOC 집행위원회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처럼 먼저 진정성과 자정능력을 갖춰야 한다.

박민우 스포츠부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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