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체육 활성화 관련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뒤 뒤풀이 장소에서 한 스포츠계 인사가 물었다. 야구 심판으로 오랫동안 일한 그는 아들이 축구 아마추어 심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심판에 대한 신뢰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야구는 초중고교는 물론이고 대학 프로까지 심판에 대한 신뢰가 쌓인 반면에 축구는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자신의 아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 “축구판은 썩은 판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사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와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 등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병들어 있는 측면이 많다. 특히 심판의 경우 많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때 ‘비리의 온상’으로까지 인식됐다. 한 지방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식당을 하며 ‘부수입’을 챙겼다. 심판 배정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어 지도자들은 대회 전 그 식당에 가서 팔아주는 게 관례였다. 한 지도자는 “대회 때만 되면 그 식당이 지도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전임 심판위원장도 스포츠용품점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역시 그 스포츠용품점에서 물건을 사줘야 심판 배정을 잘 받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그 식당에 가서 식사하고 그 용품점에서 물건을 샀다고 심판 배정이 달라졌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앉히질 말아야 하는 게 행정이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맨’ 행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축구인들은 말한다. 심판이 바로 서야 한국 축구도 바로 선다고.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에서 유독 심판 판정에 대한 시비가 많은 이유가 선수나 감독들이 어렸을 때부터 비리 및 능력 없는 심판들을 보면서 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밑에서부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축구협회는 최근 문제가 된 모 심판위원장을 경질하고 정해성 경기위원장을 앉혔다. 한 원로 축구인은 “심판 출신을 심판위원장에 앉히면 지도자는 물론이고 심판들끼리도 인맥 줄 대기를 한다. 정 위원장은 심판자격증은 있지만 심판 생활을 하지 않아 객관적으로 심판을 배정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개혁’ 수준의 칼을 대야 하는 정 위원장의 임무가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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