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KBL을 징계하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김종석·스포츠부 차장
김종석·스포츠부 차장
프로농구 SK가 17일 애런 헤인즈에 대한 구단 자체 징계를 발표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전날 내린 2경기 출전정지에 3경기를 추가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헤인즈는 앞으로 5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KBL 재정위원회의 징계 수위가 발표됐을 때 당사자인 SK조차 너무 약한 것 같아 의아해했다는 후문이다. 솜방망이 징계로 비난 여론이 더욱 들끓게 되면서 SK는 추가 징계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이로써 가뜩이나 흔들리던 KBL의 권위는 더욱 바닥으로 떨어지게 됐다.

헤인즈는 14일 KCC 김민구를 아무 이유 없이 가격했다. 페어플레이 정신은 굳이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악의성이 다분했던 ‘묻지 마 폭력’에 대한 원성이 쏟아졌는데도 사후 대처는 안일하기만 했다. KBL과 SK는 여론의 눈치를 보다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동안 코트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KBL 재정위원회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 농구단장은 “재정위원장 자리를 전관예우 차원에서 전직 단장이 돌아가며 맡다 보니 구단의 눈치를 보거나 엄정성과 거리가 멀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징계안의 최종 결재권자인 한선교 총재를 비롯한 KBL 수뇌부의 허술한 대처 능력도 화를 키웠다. 시즌 동안 매달 4000만 원 받는 헤인즈는 경기를 못 뛰어도 급여는 꼬박꼬박 챙긴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무급 징계 같은 규정 보완도 필요하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개막 전만 해도 호재가 많아 모처럼 흥행의 최적기를 맞았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대표팀이 내년 월드컵 출전 티켓을 따냈고 김종규, 김민구 등 특급 신인의 가세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연이은 오심, 쏟아지는 졸전 등으로 실망을 안기더니 이번 사태까지 터졌다. 최근 나온 ‘홍보는 위기관리다’(장상인 지음)라는 책에 따르면 진실성이 위기 상황의 돌파구라고 했다. 폭력이 난무하거나 할리우드 액션 같은 속임수가 판을 치는 코트를 누가 찾을까. 이번 사태는 헤인즈 한 명이 짊어질 십자가가 아닌 듯하다.

김종석·스포츠부 차장 kjs0123@donga.com
#프로농구#더티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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