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관중석을 비추자 곳곳이 반짝였다. 관중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조명이 반사된 빛이었다.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었다. 그들은 하염없이 손을 흔들 뿐이었다.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현역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아이스쇼를 펼쳤다. 이날은 3일간 열리는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의 첫 번째 공연이었다. 2시간여 동안의 공연이 끝난 뒤 김연아는 모든 출연자가 퇴장한 뒤에도 아쉬운 듯 혼자 빙판을 돌면서 두 손을 흔들었다. 어느새 김연아의 두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이번 아이스쇼는 김연아를 위한 ‘은퇴식’이었다.
기자는 2008년부터 빠짐없이 김연아의 아이스쇼를 지켜봤다. 쇼는 재미가 우선이다. 관중에게 재미를 주기에는 충분했지만 경기 때만큼의 기술적 완성도와 긴장감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김연아가 펼친 연기는 재미보다는 감동을 주었다. 김연아는 1부에서 소치 겨울올림픽에 선보였던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콤비네이션 점프만 제외한 다른 요소들을 모두 수행했다. 2부에서는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에 맞춘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펼쳐보였다.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다.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쇼를 위해 경기 때만큼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올림픽을 마친 뒤 2개월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습장에서 생활했다. 김연아는 “새 시즌과 공연을 함께 준비하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공연만 바라보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노력은 무대를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완벽한 연기였다. 최고의 실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빙판을 떠난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였다. 이번 아이스쇼의 주제는 ‘아디오스, 그라시아스(안녕, 고마워)’다. 김연아는 그동안 자신을 응원한 팬들을 향해 이번 아이스쇼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히려 팬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김연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김연아 선수. 잘가요.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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