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징병검사도 안 받은 김청용(17·청주 흥덕고)이 ‘군대 가기 싫다’고 금메달 따려 안달하는 건 구역질이 나서 못 보겠더라고요.” 당연히 인천 아시아경기를 취재하면서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진종오(35·KT)가 김청용을 비롯한 후배들의 ‘군대를 빼주려고’ 사격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했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다.
“아니, 다른 선수들과 20kg도 넘게 차이 나게 이기는 게 말이 돼요? 장미란(31·은퇴)이 올림픽에 나가는 건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에요.” 역시 이런 말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야구 대표팀을 두고는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야구 대표팀은 인천 아시아경기에 오로지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나온 선수들일 뿐이고, 초등학생 싸움에 낀 대학생이었다. 왜 유독 우리는 야구팀만 이리 가혹하게 대할까.
니시오카 쓰요시(30·한신)가 썼다는 ‘야구론’에 해답이 들어있을지 모른다. “야구라는 종목은 경기장에서 땀 흘리는 스포츠가 아니라 경기 전에 땀을 흘리는 스포츠야. 평범한 2루 땅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몇천, 몇만 번 땅볼을 잡으며 땀 흘리고, 외야 플라이를 잡으면서 주자를 진루하지 못하게 하려고 수도 없이 하늘로 뜬 하얀 공을 쳐다보지. 야구란 건 힘들어.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해야 하니까.”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야구 대표 선발 과정에 잡음이 있었던 건 맞다. 그러나 야구 금메달을 문제 삼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다른 종목 대표 선발 과정은 얼마나 잘 알고 있냐고 말이다.
김현수(26·두산)는 결승전이 끝난 뒤 “모든 게임에서 대승을 거두지 못하면 비판 받을까 두려워 모든 선수가 모든 경기에서 정말 죽을힘을 다했다”고 했다. 태국 야구 대표팀의 다루 조지프 매슈(22)는 한국에 0-15로 5회 콜드게임 패한 뒤 “최선을 다해 준 한국에 감사한다. 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 최선을 다하는 상대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를 갖추는 일이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며 최선을 다했다고, 예의를 갖췄다고 누군가를 비판하는 건 옳은 일일까.
‘신성한’ 병역 의무는 누구나 똑같이 져야 한다고 믿고 싶다면 야구 대표팀이 아니라 예술·체육요원 제도 손질을 미루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따지는 게 맞다. 야구 대표팀 하나 때문에 이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야구 대표팀만 문제 삼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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