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웃으며 헤어진 SK와 이만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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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SK 전 감독(오른쪽)이 최창원 구단주로부터 행운의 열쇠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만수 SK 전 감독(오른쪽)이 최창원 구단주로부터 행운의 열쇠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헌재·스포츠부 차장
이헌재·스포츠부 차장
야구 인기가 높아질수록 감독들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성적이 나쁘면 잔여 계약 기간에 관계없이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 팀 성적이 좋아도 구단과의 갈등으로 옷을 벗는 경우도 있다.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곳이 프로야구 감독 시장이다.

올해로 SK와 3년 계약이 만료된 이만수 전 감독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하진 못했다. SK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이 전 감독은 운이 좋은 편이다. 요즘엔 계약 기간을 꼬박 채운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길 만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감독은 구단과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었다.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SK 신임 김용희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그런데 SK는 이 행사에 이 전 감독도 초청했다. 들러리로 부른 게 아니다. 8년간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팀을 위해 일한 이 전 감독은 취임식과 함께 열린 이임식의 주인공이었다.

스크린에는 이 전 감독이 SK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영상이 상영됐다. 행사에 참석한 최창원 구단주는 이 전 감독에게 행운의 열쇠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최 구단주는 며칠 전 이 전 감독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정중하게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구단과 이 전 감독은 갈등 관계였다. 야구관이 달랐고, 선수단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시즌 후반 성적까지 곤두박질치자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구단 발표에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고, 감독의 발언에 구단이 내용을 정정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렇지만 헤어질 때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다. SK 구단은 정규 시즌 최종일까지 4강 싸움을 펼쳤던 이 전 감독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이 전 감독 역시 자신과 함께해 온 프런트 및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웃으면서 떠날 수 있었다.

임원일 SK 대표이사는 “이 세상은 덧셈 못지않게 뺄셈(이 전 감독을 지칭)이 중요하다. 팀을 위해 애써 오신 이 감독님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가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임식을 하게 됐다. 좋은 관례를 만들어주신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줄 모르는 세상에서 양측은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이헌재·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SK#이만수#김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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