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인수할땐 언제고… 또 해체위기 몰린 우리카드 배구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는 어느 때보다 흥미롭다. 지난 시즌 6, 7위에 그쳤던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 중상위권에 올라 기존 순위 싸움 판도를 바꿔놓고 있어서다. 이런 호재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악재가 터질지도 모른다. 바로 우리카드 배구단 공중분해다.

우리카드는 전신인 드림식스 때부터 곡절이 많았다. 구단을 창단했던 우리캐피탈이 다른 기업에 인수돼 2시즌 동안 한국배구연맹(KOVO)의 관리를 받았다. 당시 이 팀 선수들의 소원은 하루빨리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는 것이었다. 지난해 3월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전에서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를 제치자 선수들의 소망은 이뤄지는 듯했다. 착각이었다.

배구단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당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달리 인수 2개월 뒤 취임한 이순우 회장(현 우리은행장)은 “민영화를 앞두고 배구단을 운영할 여력이 없다”며 인수 백지화를 시도했다. 대주주인 정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여론까지 악화되자 인수 백지화는 백지화됐다.

등 떠밀려 리그에 합류했지만 불씨는 그대로였다. 이후에도 매각설은 계속 흘러나왔다. 여기에 최근 연임을 포기한 이 행장은 자신이 이달 말 임기를 끝으로 떠나더라도 배구단은 꼭 정리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인들 사이에서는 우리카드가 올해까지만 배구단을 운영한 뒤 해체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현재 우리카드는 배구단 운영 종료 시점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8일 이사회를 개최해 이를 논의하려 했지만 날짜를 열흘 정도 미뤘다. 프로배구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복수의 기업 중 한 곳이 18일 이사회 안건의 하나로 배구단 인수를 논의하기 때문이다. 인수로 결론이 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카드는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우리카드가 매각에 실패하고 시즌 중에 팀을 포기할 경우 프로배구가 받는 타격은 엄청나다. 경기 일정부터 헝클어지고 기록 관리에도 허점이 생긴다. 애써 만들어 놓은 7구단 체제가 붕괴되면 시장도 작아진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당장 삶의 터전을 잃는다. 심각한 퇴행이다. 처음부터 무책임하게 인수전에 나서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러시앤캐시가 인수전에서 우리카드에 진 것은 ‘이름값’에서 밀린 탓이었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도 눈물을 삼켜야 했던 러시앤캐시는 결국 팀을 창단했다. 네이밍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프로배구 참여가 모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KOVO 관계자는 “프로배구는 연평균 50억 원의 운영비로 약 300억 원의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장이다. 애초 우리카드가 팀을 계속 유지하고 새로운 팀이 창단돼 8구단 체제를 만드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파행을 막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푼 희망을 안고 프로에 입단했던 우리카드 선수들은 언제쯤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우리카드#남자배구#인수#러시앤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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