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구협회는 22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제37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정치인 출신의 한국지역난방공사 김성회 사장(58)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찬성 10표, 반대 10표, 무효가 1표로 참석한 대의원 21명의 과반(11표)을 얻지 못했다. 협회장 선거 사상 1표로 당락이 갈린 것은 처음이다.
배구협회는 임태희 전 회장 시절부터 문제가 많았다. 2009년 9월 배구회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을 매입한 게 결정타였다.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구입을 했고 이 과정에서 임원이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113억여 원의 대출을 받아 매달 이자만 5000만 원가량을 낸다. 임대 수입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모아 놨던 기금은 건물에 쏟아 부었고, 외부에서 후원을 끌어 오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대표팀은 당시 수당도 제때 받지 못했고 올 인천 아시아경기 우승을 한 뒤에도 김치찌개를 놓고 금메달 회식을 해야 했다. 주장 김연경이 자비를 낼 테니 좋은 곳으로 가자고 할 정도였다. 여자 대표팀은 내년 가장 큰 대회인 국제배구연맹(FIVB) 주관 그랑프리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한다.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배구인이 그나마 신임 회장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이마저 무산됐다. 한 배구인은 “김 사장이 문제가 많은 현 집행부 일부와 손을 잡았다고 소문이 난 게 결정적인 낙마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구인은 “협회의 위상을 추락시킨 이들이 자리보전을 위해 밥그릇 싸움을 벌인 결과다. 하겠다는 사람마저 내쫓았으니 이제 누가 오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찬성표를 던진 대의원이 ‘반대파가 새 후보로 누구를 데려오든 내가 반대하겠다’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협회가 60일 이내에 새 회장을 선출하기로 했지만 설령 새 후보가 나온다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10 대 10. 선거 결과는 분열된 배구협회의 자화상이다. 협회는 자결(自決)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제대로 일하는 협회를 만들려면 지금의 그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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