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배구 레전드’ 장윤창의 지나친 父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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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레전드’ 아버지는 명예를 잃었다. ‘농구 유망주’ 아들은 뛸 곳을 잃었다. 지나친 부정이 부자(父子) 모두를 울게 하고 있다.

프로농구 인삼공사는 21일 장민국(26)을 숙소에서 내보냈다. 남은 시즌 뛰지 말라는 의미다. 연세대 출신의 장민국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10순위)에서 뽑혀 KCC 유니폼을 입었다. 부상으로 2012∼2013시즌을 그냥 보냈지만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7.8득점, 3.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옮겨야 했다. KCC가 특급 가드 김태술을 받고 가드 강병현과 포워드 장민국을 인삼공사에 내주는 트레이드를 했기 때문이다. 장민국의 출전 시간은 급감했다. 인삼공사에는 이미 양희종과 최현민이라는 수준급 포워드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민국의 아버지 장윤창 경기대 교수(55)는 트레이드 마감일인 17일을 하루 앞두고 안양에 있는 인삼공사 단장실을 찾았다. 장 교수는 “인삼공사 단장이 삼성으로 트레이드를 시켜준다고 했다가 갑자기 ‘없던 일로 하자’고 해 전화로 이유를 물었더니 단장실로 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날 오후 6시경 구단을 찾았고 단장은 트레이드 불가 방침을 전달한 뒤 외출했다. 장 교수는 단장 없는 단장실에 계속 머물다 17일 오전 3시쯤 집기를 뒤엎고 휴지에 불을 붙여 소파 일부를 태웠다. 이 과정에서 구단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장 교수의 행동은 세간에 알려졌다. 장 교수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내 행동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아들이 경기를 뛰게 해 달라고 그런 것은 아니다. 구단이 말을 바꾼 것에 대해 화가 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삼공사 관계자는 “트레이드를 시도한 것은 맞다. 하지만 상대 구단과 카드가 맞지 않았다. 장 교수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손해 보는 트레이드를 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2013년에 큰아들을 잃었다. 그런 상황에서 둘째 민국이까지 경기를 뛰지 못해 힘들어하자 아내가 괴로워했다. 보다 못해 나선 건데…. 다 내 잘못이다. 정말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들이 더는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장민국을 귀가 조치한 것은 팀과 본인을 위한 결정이었다. 이 상태로 같이 훈련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장민국은 발전 가능성이 많은 선수다. 시즌이 끝나면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명예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죄 없는’ 아들은 다음 시즌에 다시 코트를 누빌 수 있을까.

이승건 스포츠부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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