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쫓아가서 주먹질, K리그 보복 폭력… 성적에 앞서 인성 깨우치는 계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3시 00분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연휴 첫날인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황당한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전북 한교원이 전반 7분 ‘보복 폭력’을 휘둘러 퇴장당한 것이다. 몸싸움을 하다 인천 박대한의 손에 얼굴을 맞은 한교원이 박대한의 어깨를 툭 쳤는데 제대로 맞지 않자 쫓아가서 얼굴을 다시 때렸다. 전북 팬들도 놀랐다. 경기는 이겼지만 구단 홈페이지에는 ‘한교원이 그럴 줄 몰랐다. 해서 될 일과 안 되는 일이 있다’며 비판의 글이 줄을 이었다.

전북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상 보복 폭력에 대해서는 최소 5경기에서 최대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전북은 24일 2000만 원의 벌금과 80시간의 사회봉사라는 자체 징계를 내리며 한교원이 자필로 작성한 사과문까지 언론사에 배포했다. 전북은 어린이날 TV 중계가 프로야구에 치우친 것을 비판한 이동국의 발언으로 야구팬들의 비난을 받는 홍역을 치른 뒤였다. 전북은 이번 폭력이 프로축구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전북은 최근 K리그 클래식을 리드하고 있는 명문 구단임을 자부하고 있어 한교원의 폭력이 주는 파장이 크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한교원의 초반 퇴장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놨다. 홈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앞으로 교육을 철저히 시키도록 하겠다”고 아쉬워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는 유소년을 키우며 ‘축구선수가 아닌 인간을 키운다’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축구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뜻이다. 1군인 A팀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에게도 인성을 강조한다. ‘한국판 맨유(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표방한 전북도 배워야 할 점이다. 한교원의 폭력이 구단이 지나치게 승리에 집착하며 선수들을 압박해서 나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박대한에게 사과한 뒤 반성하고 있는 한교원에게도 비난보다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충고해야 한다.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주먹질#K리그#폭력#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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