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선수들이 한다. 하지만 좋은 지도자가 없다면 만족할 만한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22일 해단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을 보면서 다시 떠올린 평범한 진리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1개로 종합 12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2년 런던에서 금메달 9개로 종합 12위를 했던 한국은 이후 4년 동안 많은 유망주를 발굴했고 처음으로 미국 애틀랜타에서 전지훈련까지 했다. 어느 때보다 준비를 많이 했기에 무리한 목표는 아닌 듯 보였다. “깜짝 놀랄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낙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과는 달랐다. 금메달은 7개에 그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주관하기 시작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가장 적었다. 은메달 15개, 동메달 17개를 보탠 덕분에 총 메달 수로는 역대 2위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 뒤에는 ‘알바 지도자’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장애인 대표팀의 1년 훈련일수는 120일이다. 실업팀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지도자나 선수는 이 기간 동안 받는 수당이 수입의 전부다. 올해는 패럴림픽과 이에 따른 특별훈련을 포함해 추가로 40일을 받았지만 160일이라고 해도 반년이 안 된다. 우수한 지도자를 영입하려면 연봉제는 고사하고 월급제라도 돼야 하는데 수당만 주고 있다. 다행히 지도하는 선수가 메달을 따 포상금을 받으면 모를까 4∼6개월 수당을 받기 위해 생업을 포기할 지도자가 얼마나 될까. 반면 비장애인 대표팀의 훈련일수는 210일(7개월)이다. 종목별 연맹에서 보조를 해주면 1년 단위 계약이 가능하다. ‘알바’가 아닌 ‘직업’으로 일할 수 있다. 물론 열악한 처우에도 선수들을 이끈 지도자들이 많다. 하지만 대표팀 운영이라는 게 개인의 열정과 헌신에만 의존할 일은 아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훈련일수를 늘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훈련일수는 그대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패럴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을 격려하며 “여러분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해내는 모습이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체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가 훈련일수 확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제대로 구슬을 꿰려면 ‘알바 지도자’로는 안 된다. 이대로라면 4년 뒤 도쿄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