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국내 프로축구를 마무리하는 K리그 대상 시상식이 8일 열립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시상식에 앞서 클래식(1부 리그)과 챌린지(2부 리그)의 최우수선수(MVP), 베스트 11 등 각 부문 수상 후보를 1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챌린지 우승 팀 안산의 이흥실 감독 이름이 감독상 후보 명단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프로축구가 출범한 1983년 이후 1, 2부를 통틀어 우승 팀 감독이 감독상을 받지 못한 건 세 번뿐입니다. 우승 팀 감독이 수상하지 못한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인데 이번엔 아예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한 겁니다. 처음 있는 일입니다. 챌린지 감독상 후보에는 2, 4, 5위 팀 감독이 포함됐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연맹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팀 성적이 제일 중요하지만 꼭 성적만 따지는 건 아니다. 다른 것도 본다.”
연맹이 봤다는 ‘다른 것’은 징계 전력입니다. 이 감독은 지난달 1일 대구와의 경기 때 판정 항의로 9분 30초간 경기 진행을 막은 것 때문에 5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300만 원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사안이 무겁고 징계 수위도 중징계이기 때문에 수상 후보에서 제외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수상 후보 자격 박탈과 관련한 구체적인 징계 수위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2013년 당시 상주 사령탑이던 박항서 감독이 경기 중 판정에 항의하다 심판에게 욕을 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징계 수위는 이 감독과 같은 5경기 출장 정지에 제재금 300만 원이었습니다. 박 감독은 해당 경기 퇴장에 따른 출장 정지 2경기가 더해져 7경기를 벤치에 앉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박 감독은 이해 감독상 후보에 포함됐습니다. 감독상도 받았습니다. 상주는 이해 챌린지 우승 팀입니다. 3년 전의 박 감독과 올해의 이 감독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연맹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징계 결정에 따라 출장 정지라는 불이익을 이미 받았는데 징계 전력을 수상 후보 자격과 연결시키는 것은 이중 징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연맹의 설명은 아무리 뜯어봐도 군색합니다. 평소 연맹의 이런저런 결정에 입바른 소리를 한 이 감독에게 미운털이 박혀 그렇다는 얘기가 차라리 그럴싸하게 들립니다. K리그 대상 수상자는 기자단 투표로 뽑습니다. 이 감독을 후보에 포함하면 수상자로 선정될지도 몰라 후보에서 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상의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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